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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사람




정원 목사 - 천국의 사람  


나는 글을 쓰면서 여백을 참 좋아합니다. 
이상하게도 자꾸 칸을 띄우고 싶어집니다. 
시도 아니면서 그냥 짧게 쓰고 칸을 옮기고 싶습니다. 

전에 글을 써서 출판사에 보냈을 때 
칸을 자꾸 띄웠더니 출판사에서 말했습니다. 

목사님... 워드 사용이 서투르시군요... 
이러면 독자들이 욕해요... 
페이지 수만 늘리냐? 그래요... 
이건 시가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내 글을 다닥다닥 붙여놓았습니다. 
나는 숨이 막혀서 죽는 줄 알았지요... 
내 글들은 불쌍하게 다닥다닥 붙어서 숨도 쉬지 못하고 헥헥거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막 우겼지요... 
이건 시요. 
누가 뭐래도 지은이가 시라면 시요. 
그러니까 서로 떨어져서 살게 해주시오. 
미워서 떨어지려는 것이 아니고 
떨어져서 서로 지켜보며 사랑하려는 것이요... 
그렇게요... 

말이 좀 안되기는 하지만... 
시가 뭔지도 모르는 내가 시라고 주장하니 시한테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글보다 여백이 좋아집니다. 
화려한 진리, 웅변보다 침묵과 고요함이 그리워집니다. 
진리 속에서 즐거움을 경험하지만 여백 속에서 안식과 은총을 맛봅니다. 

여백의 은혜... 
침묵의 가르침... 
그게 더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많은 각종 문제를 가지고 찾아오지만 
실상 그들에게는 별로 말과 해답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빙그레 웃고 조용히 같이 앉아 있으면 다 해결되는 것입니다. 

여백과 침묵은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 속에 사랑과 용서와 받아줌을... 
모든 문제는 영혼의 어림이며 배고픔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그저 함께 있음과 용납으로 모든 것은 회복되고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그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셔도 
그들이 조용히 주님의 곁에 머물러 있을 때 그들은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며 그들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해답이 아니라 주님의 임재였던 것을. 
그것은 지혜와 사랑과 용납과 은혜와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주님의 임재하나로 
그분의 고요한 함께 하심으로 모든 문제들은 소멸되는 것입니다. 

많은 눈물로 하소연하는 분들과 별 해답도 주지 않고 
약간의 농담과 유머... 
장난스러운 이야기들로 잠시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들은 말합니다. 
목사님... 별것도 아닌 것으로 신경을 썼군요... 
내가 왜 고민했지? 
그렇게 말합니다. 

정말입니다. 
세상 살면서 뭐 신경 쓸 게 뭐가 있습니까? 
살면 살고 죽으면 죽는 거지. 

우리는 다 주의 손아래 있고 
주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는 털끝 하나도 상하지 않습니다. 
수없이 결단해도 
주님의 인도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주님의 임재 속에서 고요하게 있을 때 
그것은 많은 설교, 많은 가르침, 많은 진리보다 
우리의 영혼을 자유케 합니다. 
그래서 침묵, 그리고 여백.. 그것은 은총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백이 좋습니다. 
글로 빡빡하게 채우는 것보다 여유와 띄어쓴 글이 좋습니다. 
빡빡하게 바쁜 시간보다 헐렁하게 주님과 같이 있는 여백의 시간이 좋습니다. 

친구들이 이야기합니다. 
뭐 해? 바뻐? 뭐 하느라고? 
예.. 아주 바쁩니다. 
그저 주님과 같이 조용히 지내느라고... 
아무 말 없이 그분을 생각하느라고... 
그리고 주님 밖에서 많이 뛰는 것보다 주님과 함께 있는 잔잔함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이루고 성취함을 나는 믿습니다. 

나는 주님과 고요하게 있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주님의 사랑스러운 침묵을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와 기다림으로 몇 시간이고 보내고 싶습니다. 
침묵으로 배우지 못한다면 많이 떠들어도 별로 배울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백을 사랑합니다. 
여백은 밤이며 은총이며 안식입니다. 
글에서 낮을 느끼며 여백에서 밤을 느낍니다. 
많은 고민들이 한잠 자고 나면 괜찮게 느껴지듯이 
여백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줍니다. 

여백을 즐기십시오. 
밤을 즐기십시오. 
침묵을 즐기십시오. 
고요함을 즐기십시오. 
주님의 임재를 즐기십시오. 

우리는 안식을 얻으며 그만큼 우리는 
새로운 사람 
성숙한 사람 
주님의 사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성취하기 위하여 
열매를 얻기 위하여 
애쓰고 긴장하고 투쟁하는 사람이 아닌 
가볍고 
고요하며 
잔잔하면서 
주님의 원하심을 이루어 가는 아름다운 주의 사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2001. 6. 25. 

[일상의 삶에서 주님을 의식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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