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의 원리란 생명의 원리이다 / 무승부의 원리란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생명의 원리입니다. 부부란 타이틀 매치를 벌이기 위해 링에 올라가서 상대방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겨야 하는 권투 선수는 아닙니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관계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우열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렇게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그대의 결혼이라는 사랑의 컵에서 사랑이 넘치게 하려면 그대가 잘못했을 때 시인하고 그대가 잘했을 때 침묵하라” 우리 인생들은 사회생활에서 항상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주장을 하며 삶의 승리자가 되려는 본능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한 것은 합리화시키고 잘한 것은 드러내려고 하지만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들에게는 잘못한 것을 시인하는 용기와 잘한 것에 침묵하는 겸손만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에는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너의 높은 산이 깎이고 나의 낮은 골짜기가 메워져 평탄한 대로를 함께 걸어가는 것이 부부입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 인생의 모든 음표를 지나 마침내 발견한 감사 우리 집 벽에는 오래전부터 한 장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 속에는 바이올린 한 대가 놓여 있다. 활은 악보 위에 비스듬히 놓여 있고, 곁에는 히브리어로 쓰인 시편 한 권과 은빛 잔 하나가 조용히 놓여 있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세 가지가 하나로 다가온다. 말씀과 음악과 잔. 시편은 말씀이고, 바이올린은 그 말씀을 살아내는 인생의 연주이며, 잔은 그 모든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 가운데 내가 오래 마음에 품어온 한 구절이 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젊었을 때 나는 이 말씀을 많이 가진 사람의 고백이라고 생각했다. 건강하고, 일이 잘되고, 자녀가 잘되고, 경제적으로 넉넉하며,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 잔이 가득 차서 흘러넘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말씀은 전혀 다른 뜻으로 다가왔다. 인생의 잔에는 좋은 것만 담기지 않았다. 기쁨도 담겼지만 눈물도 담겼고, 만남도 담겼지만 이별도 담겼다. 성공도 담겼지만 실패도 담겼다.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있었다. 때로는 하느님께 왜 이런 일을 허락하셨느냐고 묻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내 잔 안에 들어 있다. 나는 한때 좋은 것만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삶은 기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빛과 어둠이 함께할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바이올린에는 네 줄이 있다. 높은 음만으로는 음악이 되지 않는다. 낮은 음도 필요하다. 장조만으로는 곡이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단조가 필요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음표도 있고, 길게 머무는 쉼표도 있다. 삶도 그러했다. 나는 좋은 음만 연주하고 싶었다. 성공, 건강, 기쁨, 사랑. 그러나 내게 주어진 악보에는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음표도 있었다. 실패가 있었고, 기다림이 있었으며, 눈물이 있었고, 이별도 있었다. 그때는 그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