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세상은보는대로존재한다 - 이 시형 -

세상은보는대로존재한다 - 이 시형 - 신발 사러 가는 날 길에 보이는 건 모두 신발 뿐이다. 길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 전체는 안중에도 없다. 미장원을 다녀오면 모든 사람의 머리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그외엔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런가하면 그 반대 경우도 있다. 근처 도장방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나는 갑자기 멍해진다. 어디서 본듯도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바로 회사앞에 있는 그 도장방을 아침저녘 지나다니면서도 도대체 기억속에는 남아있질 않는 것이다. 마치 그집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사실이 그렇다. 세상은 내마음 끌리는대로 있기 때문이다. 조화도 그게 가짜인줄 알때까진 진짜꽃이다. 빌려온 가짜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는 그걸 진짜로 갚으려고 평생을 고생한 모파상의 어느 여인의 이야기도 이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내가 보는대로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있다고 또 다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있는게 다보인다면 대뇌중추는 너무 많은 자극의 홍수에 빠져 착란에 빠지게 될꺼다. 그러기에 대뇌는 많은 자극중에 몇가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선택의 기준은 그때 그때의 대뇌의 튠(TUNE)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그 모든 걸 다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나같이 머리나쁜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고로 세상은 공평하다. 신나게 기분좋은 아침엔 날마다 다니는 출근길도 더 넓고 명랑해보인다. 그래서 휘파람이라도 절로 나오는 튠이 될땐 슬픈 것들은 아에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질 않는다. 그러기에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상은 우리가 보는것만 보인다. 해변에 사는 사람에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저녘, 문득 바라다본 수평선에 저녘달이 뜨는 순간, 아 ∼ 그때서야 아름다운 바다의 신비에 취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 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녘놀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물론 쉬운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 보인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 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보는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자신의 책임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일본

일본에 주재원으로 23년 살다온 친구가 12월 초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해준 건데 웃기면서도 의미가 심장합니다.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두 줄 읽고 웃고, 두 줄 읽고 무릎 치고... 와, 뭔가 조금은 통달한 '꾼'이 끄적거린 거 같습니다. <18 81="">  사랑에 빠(溺)지는 18세  욕탕서 빠(溺)지는 81세  도로를 폭주하는 18세  도로를 역주행하는 81세  마음이 연약한 18세  온뼈가 연약한  81세  두근거림 안멈추는 18세  심장질환 안멈추는 81세  사랑에 숨막히는 18세  떡먹다 숨막히는 81세  수능점수 걱정하는 18세  '혈당/압'치 걱정의 81세 아직 아무것 모르는 18세 벌써 아무것 기억無 81세  자기를 찾겠다는 18세  모두가 자기를 찾고 있는  81세. ———-!———!—— 몸에좋고 인생에 좋은 피자 열판 보내드립니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허리피자 가슴피자 어깨피자 얼굴피자 팔다리피자 주름살피자 내형편피자 내인생피자 내팔자피자 웃음꽃피자 오늘부턴 신년까지 늘 웃음과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 고 추 장  🌶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우리 아버지 마음 (실 화 (實話))

우리 아버지 마음 (실 화 (實話)) " 헤아릴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 !"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첩첩산중에 상당히 가난한 곳이다.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 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도시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나는 대구 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정말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에서 나의 석차는 68/68, 68명 중에 꼴찌를 했다. 지독하게 부끄러운 성적표를 들고 고향으로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표를 부모님께 내밀 자신이 없었다. 무학의 한을 자식을 통해서 풀고자 했는데, 맨 꼴찌라니...! 끼니도 제대로 못 잇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부모님을 떠올리면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 지우개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 1등으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초등 학교도 못다닌 무학이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말했다. "찬석이가 공부를 잘했더나 ? 아버지가 말했다. "앞으로 두고 봐야제, 이번에는 우짜다가 1등을 했는가배...!" "아들 하나는 잘 뒀구먼, 1등을 했으면 잔치를 해야제!" 그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 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 뿐인 우리집 돼지를 잡아 동네사람들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 집 재산목록 제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아부지 ~ !"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서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쥐어 박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