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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좁고 시간은 빠르다 /김동길




2015/03/28(토) -세계는 좁고 시간은 빠르다- (2523)

최근에 대형 여객기(Air bus) 하나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떠나 독일의 뒤셀도르프로 가던 도중 프랑스의 알프스 산기슭에 부딪쳐 추락하여 승객과 승무원 150명이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는 끔찍한 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짐작하는 세계인의 가슴도 우울합니다.

이런 참사가 세계도처에서 날마다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저 그 소식을 전해들을 뿐, 속수무책입니다. 사고현장에 가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이번에 추락한 항공기는 무슨 까닭인지 산산조각이 나서 가파른 골짜기에 잔해가 널려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가? 아무도 모릅니다. 알 수도 없습니다.

비행기가 없던 시대에는 일어날 수도 없는 사고이겠지만 중세에 역병이 돌아 어떤 도시 주민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지구 이쪽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전혀 모르고 살았을 것입니다. 의료진을 구성할 수도 없었던 우리 조상들에게도 도울 길이 전혀 없었을 것입니다.

교통수단과 통신망이 크게 발달하여 세계가 매우 좁아지긴 했지만 손은 전혀 써보지 못하는데 세월만 빨리 흘러갑니다. 날마다 더 빨라지는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는 ‘망각(忘却)’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만일 그 비행기를 탔던 150명이 바르셀로나에서 뒤셀도르프까지 도보여행을 시작했더라면 몇 달이 걸렸을 것입니다. 승객들은 아마 아직도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까지도 다다르지 못하였을 터인데, 그 멀고먼 여행은 10분도 못되어 영원히 끝나고 말았습니다. 너무 빨리 끝났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 이 글을 쓰면서 인류의 오늘의 문명을 원망하고 싶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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