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과 닻 그리고 덫
목적지까지 최대한 빨리 데려다주면
황금을 주겠다는 손님의
제안에 선장은 신이 났습니다.
선장은 배에 있는 물건들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손님은 황금 한 개를 더
보여주며 더욱 다그쳤습니다.
선장은 묵직한 쇳덩이를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이내 바다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 쇳덩어리는 ‘닻’이었습니다.
배는 돌고래처럼 빨리 달렸습니다.
그러나 목적지 뭍에
발을 디딜 수가 없었습니다.
배는 바람을 타기 위한 돛뿐
아니라 정박을 위한 닻도 필요합니다.
닻 없는 배는 덧없는 배가 됩니다.
예리한 칼은 더욱 든든한
칼집이 필요하듯,
달려가는 능력이 5할이라면
멈추는 능력도 5할입니다.
파란불에 달리지 않으면
욕 좀 먹을 뿐인데,
빨간불에 멈추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죽는다는 주님의 말을,
다윗은 성전 건축을 못 한다는
주님의 말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은 닻이 있는 인생이었습니다.
닻 없는 항해를 하는 인생은
뭍에 닿지도 못하고 비틀거리기만 합니다.
‘닻’ 없는
‘돛’은 ‘덫’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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