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은 날의 첫날
- 이해인 -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 날입니다.'
이 말을 나는 요즘도 자주 인용합니다.
아주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갔을 때 선물의 집에서 조그만 크기의 책갈피 하나를 사게 되었는데, 그 안에 적혀 있는 바로 이 글귀가 마음에 들어서였 습니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그대의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그 순간 이 글이 내 마음에 어찌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 위로를 주는 멋진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늘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살게하소서 !"
하던 기도를
"오늘이 내 남은 생애의 첫 날임을 기억하며 살게하소서!"
라고 바꾸어서 하게 되 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왠지 슬픔을 느끼게 하지만, 첫 날이라는 말에는 설렘과 기쁨을 주는 생명성과 긍정적인 뜻이 담겨 있어 좋습니다.
오늘도 새소리에 잠을 깨면서, 선물로 다가온 나의 첫 시간을 감사하 였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회를 잘 살리도록 노력해야지' 하고 다짐하였습니다.
해야 할 일을 적당히 미루고 싶거나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적에 나 자신에게 충고합니다.
'한 번 간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세요. 성실하고 겸손 하게!'
문득 문득 다시 생각나는 말,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말, 삶이 힘들 때 충전을 시켜주는 약이 되는 말!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이 말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이 말을 계속 되새김하다 보니 이런 기도가 절로 나옵니 다.
'오늘도 싱싱한 희망의 첫 마음으로 내 남은 생의 첫 날을 살게 하소서. 새로운 감탄과 경이로움을 향해 나 삶이 깨어 흐르게 하소서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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