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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아는 인생..

맛을 아는 인생../ 아기를 낳을 때 특히나 경험이 없는 첫 아이일 경우 막연한 공포심으로 정서적 불안에 휩싸이거나 신체적인 이유로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는 주부들을 위한 무통주사가 있다. 이 무통주사가 원래의 가격보다 턱없이 비싸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 가격면에서도 병원마다 적정하게 매겨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나의 입장은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없음에도 유행처럼 무통주사로 쉽게쉽게 내 아이를 가질려는 엄마들에게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것은 왜일까, 이런 나의 마음을 꼭집어서 표현한 글을 박완서씨의 책, 굴비한번 쳐다보고에서 읽곤 공감을 한다. 고린재비라 불리우던 지독한 구두쇠가 있었다. 그에겐 세아들이 있었는데, 한창 자랄 나이의 몸 튼튼한 세 아이들은 먹어도 금새 허기가 졌다. 그런 아들들에게까지 구두쇠 본성이 나타난 고린재비는 밥은 먹되 반찬에 드는 돈은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소금범벅이 된 굴비한마리를 사가지고 천장에 매달아놓고 밥 한 숟갈에 굴비를 두번도 아닌 꼭 한번씩만 쳐다보게 했다. 부자가 될때까지 참아야한다고 달래가며,구호까지 외쳐가며 보채던 아이들도 습관이 들어 밥만 먹고도 다행히 잘 커주었다. 세월이 흘러 고린재비가 어느새 죽고, 반찬을 아껴가며 모은덕에 논과 좋은 밭을 가지게 된 세 아들이였지만 아버지때와 마찬가지로 반찬없이 밥만 먹으며 큰아들은 농사꾼, 둘째는 소리꾼, 세째는 그림을 그리는 환쟁이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농사꾼 큰아들이 지은 쌀과 잡곡과 채소들을 한번 사가서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는 사가지 않는 것이었다.
번지르르한 겉보기와는 다르게 맛이 빠져있는 채소와, 싱겁디 싱거운 수박, 오이맛,호박맛,고추맛이 전부 물같은 맛이 났다. 소리꾼인 둘째도 목청은 좋았지만, 노랫가락에 희노애락이 빠진 텅빈 병의 주둥이에 입김만 불어넣는것같은 흥을 깨는 소리였다. 환쟁이인 셋째도 굴비를 쳐다본 관찰력으로, 관찰력은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꽃과 새에 있어야 할 생명력이 없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모인 삼형제는 지혜로운 노인에게 원인을 물어보기로했다.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들이 남보다 모자라는 거야 뻔하지않은가, 그건 자네들이 남들이 다 아는 맛을 모른다는 걸세.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을걸세, 그걸 배우게나, 좀 힘이 들겠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난을 주실 때도이런 마음이 내포되어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희(喜)로 다른 이의 기쁨을 이해하고, 나의 노(怒)로 다른 사람의 노여움을 이해하고, 나의 애(哀)로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고, 나의 락(樂)으로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이해하라고 하나님이 인생에게 주신 희노애락의 맛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주신 진정한 축복의 감정임을 무통주사와 박완서씨의 책을 보면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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