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短取長(유단취장)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호 이익 선생 댁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 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 나무였다.
마당에 그늘도 많이 지고 장마 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 마를 날이 없었다.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을 들고서 한 그루를 베어 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하였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보았다.
밉게 보면 못 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
'하하하, 유단취장(있을有, 짧은短, 취할取, 길長)이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데 장점은 보려 하지 않고
보이는 단점만 지적하여
그를 나무라고 비난한다면
그 사람의 장점은 빛을 잃고 더욱
의기소침해질 것임이 분명합니다.
有短取長(유단취장)이라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볼 줄 알고
취할 줄 알아야 한다
성호 이익 선생이 들려주시는 양면을
모두 볼 줄 아는 통섭(統攝, consilience)의 가치관입니다.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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