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
ㅡ 박동규
부모님은 무엇을 사달라고 하면 “크리스마스에 보자”고 하셨다.
가난했기에 다섯 형제들이 무엇을 사달라고 하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해 고등학교 입학식에 가보니 반 아이들이 대부분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나는 속이 상했다.
그래서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구두를’ 하고 마음에 품었다.
12월 20일 저녁 아버지는 우리 다섯 형제를 안방에 불러 앉혔다.
노트와 연필을 들고 아버지는 막내부터 “무엇을 사줄까?” 하고 물으셨다.
막내는 썰매를 사달라고 했다.
여동생 차례가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여동생은 다른 형제와는 달리 벌떡 일어서더니
“아버지 털오버 사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순간 우리 모두가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시인이던 아버지는 주머니에 얼마를 넣고 아이들 앞에 앉아 있었겠는가.
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고 손에 든 연필과 노트가 떨렸다.
고개 숙인 아버지는 한참 후 약속을 한 것이라 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들면서
“그래, 사줄게. 그런데 아버지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입혀줄게”하였다.
그 다음 아버지는 나를 보면서 ‘무엇을 사줄까?"물었다.
나는 눈앞에 연필과 노트를 들고 떨고 있던 아버지 모습만 보였지 구두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털장갑이요”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상했는지 다시 한 번 물었다.
“털장갑?”
“네”
이것으로 끝났다.
밤이 되어 내 방 전등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갔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었고 불쌍한 아버지 얼굴을 생각하면 어찌 할 수 없었지만
거품처럼 사라진 구두는 쓸데없이 눈물을 나오게 했다.
그때 방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이게 철이 들어서, 철이 들어서...”하면서 우셨다.
불쌍한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 본 것이 내 성장의 매듭이 되었다.
* 글 쓰신분은 박동규 교수이고 그 아버지는 박목월 시인이다.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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