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墨子)의 가르침
다섯개의 송곳이 있다면
이들 중 가장 뾰죽한 것이 반드시 무디어질 것이며
다섯개의 칼이 있다면 이들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이
반드시 먼저 닳을 것이다.
맛있는 샘물이
먼저 마르고 쭉 벋은 나무가 먼저 잘리며
신령스런 거북이 먼저 불에 지져지고
신령스런 뱀이 먼저 햇볕에 말려진다.
그러므로
비간이 죽음을 당한 것은 그가 용감했기 때문이며
서시가 물에 빠져 죽은 것은 그가 아름답기 때문이며
오기가 몸을 감긴 것은 그가 일을 잘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무 성하면 지키기 어렵다" 라고
한 것이다.
뛰어난 목수가
길을 가다 큰 상수리 나무를 보았으나 그냥 지나쳤다.
그 상수리 나무는수천 마리의 소를 가릴 정도로 컷고
굵기는 백아름이나 되었다.
배를 만들어도 수십척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목수의 수제자가 의아해서 물었다.
"이처럼 훌륭한 재목을 보고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가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그 나무는 쓸모가 없다.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널을 짜면 곧 썩으며
문을 만들면 진이 흐르고
기둥을 만들면 좀이 생긴다.
그래서 아무 소용도 없는
나무라 저토록 장수할 수 있는거야.
결국 그 큰 상수리 나무는
인간에게 쓸모 없음을 쓸모로 삼아서
천수를 누리는 것이다."
인간이 쓸모있는
능력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무용으로 안에 감추어 두는 것,
그것이 진정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천수를 다하는 것이다.)
그릇은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음식을 담아 쓸 수 있고
방은 벽으로 둘러쳐진 중앙이 비어 있음으로 해서
기거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걸음을 걸을 때도 우리가 밟지
않는 곳에 땅이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밟고 지나갈 자리에만 땅이 있다고
한다면 어지럽고 두려워
한 걸음도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에는
정작 쓰이는 것보다 쓰이지 않는 것이 있어
진정 쓰임을 다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정말 마음을 비운다면
그릇처럼 텅 비어 있어야 한다.
행여 자신이 그릇을 만드는 흙이라도,
굽는 불이라도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마음을 비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완전히
마음을 비워야만 쓰임이 있고
자신도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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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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