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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가책으로 고통 당했던 네살배기 -이 영순-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 당했던 네살배기, / 나는 네살 때 쯤 함경북도 제일 끝자락에 있는 ‘ 서수라’  라는 곳에서 살았다. ‘서수라’는 쏘련 경계선 바로 ‘블라디보 스톡크’ (Vladivostok) 의 접경 지역 아주 추운 곳이다. 겨을에 눈이 올때면 얼기 전에 이웃과의 통로를 만들어야 했던 어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어름 터널은 지붕 높이 보다 더 높아 이웃 집에  가려면 높은 어름 터널을  통해 다녔던 추억이 어제일 같다. 당시 그 곳엔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이 많이 살았다. 일본인들이 부르는  ‘ 미나 미나 고로세 짱꼴라’ ( 모두 모두 죽여라 짱꼴라), 라는 늘 듣는 노래는 어린 나에게도 중국인을 얕잡아 보며 죽일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집 앞 언덕을 조금 올라 가노라면 중국인들이 재배하는 넓은 채소 밭이 있었다. 따뜻한 봄이 되면 새벽마다 까만 바지에 옆구리가 트인 고유한  옷을 입은 중국인들이 채소를 팔기 위래 줄을 지어 내려왔다. 어께에 멘 큰 저울 모양의 양 쪽 바구니에 소담하게 담은 고운 색깔의 싱싱한 채소가 마치 꽃꽂이 바구니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어느 봄 날 우리 또래의 아이들이 중국인 채소 밭 언덕으로 뒤뚱 뒤뚱 걸어 올라 갔다. 드문 드문 있는 큰 거름 똥통에 빠지면 죽는 다고 들어 왔기에  조심 조심 부들 부들 떨며 올라 갔다. 조금 더 올라가 한 곳에 이르자 예쁜 빨간 무가 머리를 쏙 내밀고 있었다.  한 아이가 빨간 무를  쏙 뽑았다.  그러자 너도 나도  고사리 같은 손을 오물어가며 달려들어 몇개 씩 뽑았다. 그 때 나도 몇개를 뽑아 손에 꼭 잡고 얼마나 좋았던가! 나는 이것이 나쁜 놈 짱꼴라의 것이니 우리 아빠 엄마에게 칭찬을 받을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총총  걸음으로 집으로 내려왔다. 마침 아빠 엄마가 마당에서 나를 보고 계셨다. 나는 “ 아빠, 엄마 ! 이것 짱꼴라 것! 이것 짱꼴라 것 ! 신이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빠 엄마가  보시더니  깜짝 놀라시는 것이었다. 나는 또 외쳤다. ” 이것 짱꼴라  것,  짱꼴라 것인데? “ 그때 아빠는 “ 짱꼴라것도 남의 것이니 가져오면 ‘도독놈 이야! “ 라고 하셨다. 나는 ‘도독놈’ 이라고 하시는 말씀에 깜짝 놀랐다.  아빠는 그 밖에도 무슨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도독놈’ 이란  말에만 온통 신경이 쓰였다. “영순아, 너 잘못했으니 맞아야 하겠지?“ 라고 하시면서 큰 벽 시계 뒤에 걸쳐 놓으셨던 회초리를 내리시더니 돌아서게 하시고 종아리로 몇차례 때리셨다.  그때 나는 종아리가 아픈 것 보다 ‘도독놈 ’ 이란 말에 큰 숏크를 받았다. 그 분별력이 없던  네살 때 “ 짱꼴라 것도 남의 것이니 남의 것 가져오면 도독놈아야! “ 그 말씀으로 나는 계속 가슴이 두근 거리면서 너무 괴로웠다.  그 후 내가 너무 괴로워 하며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시면서  아버지는 계속 고민하는 딸이  걱정이 되셨는지 나를 안고  나의 마음을 달래곤 하셨다.    그러나  졸지에 ‘도독놈’ 이 되어버린 그 양심의 가책 때문에 고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 때 아빠는 나를 안고 얼리시면서 “우리 영순이는 착하지? ” 라고 하시면서 꼭 품어 주셨다. 그때의 아빠의 위로와 사랑이 지금도 내 속에서 어제 일 같이  따스하게 느껴지곤 한다. 드디어  나는 아주 어릴 때. 분별력이 없을 때 교육이 얼마나 중요 한가를 네 살 때  아빠의 교훈으로 나의 마음에  단단히 새겨졌다. 나는 내가 네살 때의 나의 아버지의 교육 방법을 아름다운 모델로 전수 받았기에 나도 나의 후세에게 그렇게 교육할 수가 있었다.  네살배기가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 당했던 그 일이 나에게는 보석 같은 삶의 지침이 되었다. 그렇다! 분별력이 없을  때 부터 자녀를 잘 교육해야한다.                                                  이영순 (Santa Clarita)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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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영순 사모님께

      네 살의 순수한 마음에 새겨진 양심의 가책과, 그것을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신 아버님의 가르침이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교육의 본질과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심 어린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박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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