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오는 날 에바 오/사진작가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하와이에 태풍이 온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들떠 있던 마음에 실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받아놓은 친구 딸의 결혼식은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하루하루 다가왔다. 완벽주의 성격에 경제적 여유도 있는 친구는 딸의 결혼식을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해놓았었다. 리허설 디너는 호텔 가든에서 하와이언 댄스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질 예정이고, 결혼식은 또 다른 호텔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계획이라고 했다. 하객으로서 복장부터 신경이 쓰였다. 가든에서는 긴팔 옷을 입어야 할 것 같고, 결혼식에는 어깨가 드러나는 요즘 유행하는 반짝이 드레스를 입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밖에서는 바람 이 불지도 모르니 모자나 스카프가 있어야 할 것 같고 … 생각이 많았다. 게다가 비가 온다고 하니 준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즐거운 고민은 끊임없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그러나 즐거운 고민도 잠깐. 동행할 친구에게 문제가 생겼다. 하와이에 태풍주의보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그 친구는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서워 잠을 못 잔다는 게 아닌가. 친구들끼리 이미 계획을 다 짜놓았는데,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친구들이 설득에 설득을 하자 그 친구는 죽을 각오를 하고 떠나기로 했다,드디어 결혼식 3일 전, 우리는 골프도 칠 겸해서 일찌감치 하와이로 떠났다. 막상 도착하니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아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 일기예보는 우리를 다시 실망시켰다. 결혼식 날인 일요일에 비올 확률은 100%라는 것이었다. 태풍은 호놀룰루를 비껴간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발 비도 같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