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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호의 슬기로운 노후생활] 난향천리 인향만리-향기로운 삶

[류석호의 슬기로운 노후생활] 난향천리 인향만리-향기로운 삶 한양경제 2026-02-10 / ▲류석호 객원논설위원(전 언론중재위원). 한양경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 가면 ‘최필금 강의실’과 ‘최필금 캐럴(열람실)’이 있다. 고려대 앞에서 식당과 하숙업을 하는 최필금(73) 유정식당 사장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최 씨는 40년째 식당과 하숙업을 하며 그동안 고려대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4억원이 넘는 돈과 물품을 기부해 ‘고대(高大)의 어머니’로 불린다. 경남 밀양에서 11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최 씨는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부산 데레사여고 1학년을 중퇴하고 23세 때 상경, 여러 궂은 일을 하다 40년전 고려대 앞 셋방에서 하숙을 치기 시작했다. 최 사장은 가난과 학업의 한(恨)을 푸는 방편으로 대학가에서 하숙과 식당업을 하면서 대학생들이 공부 잘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 씨의 식당은 값싸고 푸짐해 가성비가 좋기로 정평이 났고, 현재도 100명의 하숙생을 건사하고 있다. 그동안 그의 하숙집을 거쳐간 고려대생은 1000명이 넘고, 각종 고시(시험) 합격자도 100명에 이른다. 태생적으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최 사장은 지금도 인근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거나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들을 초대해 식사대덥을 하고 있으며, 성북구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아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장(차관급)으로 재직 중인, ‘한자의 뿌리’의 저자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74, 한문학과)는 20년째 지식기부를 해오고 있다. 현역 교수 시절 고려대 사회교육원(라이시움)에서 100명이 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주 저녁 한차례 2시간씩 사서오경을 무료로 강의했고, 지금도 명륜동 퇴계학연구원 강의실에서 고전(古典)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여년 전 안식년을 맞아 미국 뉴욕에 머물면서 미국 사회의 ‘기부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아 학교로 돌아온 후 지식 나눔을 시작했다고 했다. 최 사장과 김 원장 모두 경제력, 자식 농사, 사회적 명성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공적인 삶이라는 것이 주변의 중평(衆評)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선행을 베풀면 반드시 좋은 일이 따른다-주역(周易) 문언전(文言傳)]이란 말 그대로다. 대구시 달성군 옥포읍 비슬산 기슭 성도암(成道庵)의 성종 스님은 30년 세월을 작은 풀과 잡초 등을 재료로 한 천연향(天然香) 연구에 매진해 온 향 전문가이다. 스님은 “인간의 삶에서 잘 사는 것은 향기롭게 사는 것이고 악취를 풍기는 그런 존재가 되면 안된다”고 했다. 남을 도와주고, 보살펴주고, 이로움을 주는 존재가 되라는 얘기다. 특히, 노후생활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나누고 베푸는 행위야말로 최상의 미덕(美德)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기에 ‘난향천리(蘭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난초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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