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가져온 돌나물 물김치
오늘은 가게 문 일찍 닫고 들어가 부침개에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겠다.
일찍 가게문을 닫고 수퍼에 들러 이것저것 사서
집 앞에 도착하니 낡은 우산을 쓰고 쪼그려 앉은 노인을 발견했다. 아버지였다.
솔직히 썩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버지와 난 그리 친한 것도 아니었다.
남편과 결혼 승락을 받을 때도 상처를 안겼던 분,
그때문인지 남편은 무던히도 처가에 잘하려
애를 쓰며 살았었다. 사업에 처가에 신경을 썼었다.
그런 남편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떴을 때 서리서리 울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 죽었을 때도 괜시리 아버지 탓인 듯해 원망스러웠던 분이다.
그래서 아예 연락을 끊다시피 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시지 않고..."
괜시리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아버지를 집 안으로 모셨다.
아버지 손에 들린 보퉁이, 풀어보니 돌나물과 무를 썰어 넣어 만든 '돌나물 물김치'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걸 어떻게 만드셨을까?'
"이거 아버지가 만드셨어요?"
"어~, 예전에 네 엄마가 하는 걸 보고 흉내냈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부엌에 거의 안가셨던 분이 이걸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저녁에 아이들과 먹은 물김치는 딱 엄마의 솜씨 그대로였다.
'그럼 그렇지, 직접 만들기는 무슨...
구례 아줌마가 해주셨구만'
난 딱 봐도 누가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께 맛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잘 먹었다는 입에 발린 얘기만 했다.
'그나저나 언제 가실려나.'
난 아버지가 벌써 부담으로 다가왔다.
모른척 아버지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일찍 잠자리에 든 다음날, 화장실에 들러 나오다 현관을 보니 아버지의 신발이 없었다.
조용히 아버지 방문을 열어보니 반듯하게 정돈된 빈 이부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에 띈 편지 한장.
"바쁜 일이 있어 가야겠다. 너 깰까 싶어 말 않고 간다.
잘 살아라. 그리고 풍족하게 못 키워서 미안하다."
'밥이라도 먹고 가야지. 참 노인네 정말...'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진다.
일주일 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안 받을려다가 받았다.
"김경자 씨 되세요?"
"예! 누구세요?"
"여기 구례 경찰섭니다. 김병우 씨가 부친 되세요?"
순간 심장이 덜컥했다.
"그런데요?"
"오늘 새벽에 돌아가신 채 발견됐습니다."
부랴부랴 내려가 상황을 살폈다.
아버지의 사인은 간경화였다.
올라 오셨을때 얼굴빛이 안좋은 걸 내 감정에 빠져서 소홀히 봤었는데..., 가슴이 아려왔다.
장례를 정신없이 치르고 아버지 유품을 정리했다.
거기에 아버지의 일기장이 있었다.
날짜를 보니 엄마가 병이 나셨을 때부터 쓰기 시작하신 일기였다.
"오늘 사위에게 사업자금 5천만원을 주었다.
안받을려는 걸 억지로 쑤셔넣다시피 주었다.
경자에겐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제발 사업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경자가 늘 웃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충격이었다. 시골에서 5천은 큰돈인데 설마 남편에게 이 큰돈을 주셨을거라곤 상상도 안 했다.
난 그런줄도 모르고 아버지를 원망만 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한참 주저앉은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구례 아줌마였다.
"괜찮어? 마음을 다잡도록 혀.
어쩌겄어~. 에휴~!
경자 준다고 돌나물 물김치 담가볼란다고 얼마전까지
여그 밭고랑께에서 돌나물 캐고 계시던디~.
물김치는 담그셨던가?"
나는 그만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돌나물 물김치'
그건 아버지의 작품이었다.
가슴이 아리고 아려 숨이 막혀왔다.
"아버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
자식은 자신의 이익 여부를 가슴에 안고 부모를 보지만,
부모는 자신의 이익 여부는 등한시하고 자식을 보나 봅니다.
- 이 세상에 못난 아버지는 있어도, 자식들에게 나쁜 아버지는 없는 법이다 -
/은사 이은영 님이 ,
일본에 주재원으로 23년 살다온 친구가 12월 초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해준 건데 웃기면서도 의미가 심장합니다.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두 줄 읽고 웃고, 두 줄 읽고 무릎 치고... 와, 뭔가 조금은 통달한 '꾼'이 끄적거린 거 같습니다. 사랑에 빠(溺)지는 18세 욕탕서 빠(溺)지는 81세 도로를 폭주하는 18세 도로를 역주행하는 81세 마음이 연약한 18세 온뼈가 연약한 81세 두근거림 안멈추는 18세 심장질환 안멈추는 81세 사랑에 숨막히는 18세 떡먹다 숨막히는 81세 수능점수 걱정하는 18세 '혈당/압'치 걱정의 81세 아직 아무것 모르는 18세 벌써 아무것 기억無 81세 자기를 찾겠다는 18세 모두가 자기를 찾고 있는 81세. ———-!———!—— 몸에좋고 인생에 좋은 피자 열판 보내드립니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허리피자 가슴피자 어깨피자 얼굴피자 팔다리피자 주름살피자 내형편피자 내인생피자 내팔자피자 웃음꽃피자 오늘부턴 신년까지 늘 웃음과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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