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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 줄 사람 있나요?"

look "울어 줄 사람 있나요?" "He who has a why to live can bear almost any how."......Friedrich Nietzsche (1844-1900)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견딘다.' 내가 산부인과의사로 활약하던 시절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수술할 환자는 수술실에 입장하기 전 수술장 입구에서 가족들과 만나 내가 수술 중 최선을 다할 것을 확신시켜 가족들을 안심시킨 후 반드시 환자의 손을 잡고 수술장으로 들어갔으며 환자가 마취로 잠들기 전까지 그 손을 놓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수술을 앞둔 환자는 어떤 신분의 사람임을 막론하고 초라하고 작아질 수 밖에는 없다. 그러나 의사의 손에는 마법과 같은 신비스러움이 있어 이때 의사의 손은 그들에게 한없는 평화를 선사하며 심경이 평화로운 환자는 수술 후 회복도 빠른 편이다. 하루는 삼십대 후반의 여자환자를 수술실로 데리고 들어가려는데 가족 속에 숨어있던 소녀 하나가 갑자기 환자의 손을 잡으며 크게 우는 것이 아닌가? 어린 눈에는 어머니가 혹시라도 죽을 수도 있으리라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보는 나의 눈에도 눈물이 핑하고 도는 것을 느꼈으며 저 환자는 분명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며 나도 '저 환자만큼은 꼭 살려내야겠구나!' 라는 결심을 하며 수술장에 입장한 경험이 있다. 인간은 먹지 않고 40일 그리고 마시지 않고 4일 공기가 없이는 4분을 견디지만 희망이 없으면 단 4초도 견디지 못하는 법이다. 수술 같은 극적인 경험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는 무언가 바라볼 것이 있어야만 한다. 아무 것도 바라볼 것이 없는 사람을 햇빛이 들지않는 곳에 서있는 나무에 비교한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삶을 음지에 서있는 식물에 비유하였다. 인간에게 치매가 발병하면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있는데 치매 발병 전 온화했던 성품의 소유자는 계속 온화함을 유지하며 평소에 거칠었던 사람은 치매발병 후 거칠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돌보는 환자는 74세의 남자로 이름도 독특한 김종필이다. 그는 초기 치매환자지만 성품이 온화하며 의사소통이 비교적 원활하여 나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하지가 불편하여 침상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의 재활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인체는 필요로 하는 영양공급을 혈액의 순환에 의존하며 혈액의 순환을 증가시키는 것은 운동 밖에는 없으므로 나는 그가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 몇가지를 보여주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를 하루에 백번, 발목을 굽혔다 폈다를 백번, 그리고 아주 깊은 심호흡을 쉬었다 뱉었다를 하루에 백번을 주문하였다. 그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는데 아버지를 맡겨놓은 후 돈만 보내고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환자에게 회진을 돌 때마다 내가 해줄 것이 없는가를 물으면 아들이 보고 싶으니 한번 들리라고 전화를 좀 해달란다. 한때는 전화는 받곤하더니 이제는 병원전화 번호만 뜨면 아예 전화 자체를 받지않고 있다. 그러나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요즘 사업이 너무 바빠 눈코뜰새 없어 그러니 조금만 기달려 주실 것을 부탁했다고 말을 둘러대는데 그때마다 그의 눈에는 서운함이 자욱하게 깔리곤 한다. 오늘 저녁회진 때 '오늘은 운동을 몆번했는가?' 다그치니 한번도 못했다고 어눌하게 답변했다. 의사의 지시를 지키지 못해 계면쩍어 하는 그를 뒤로하고 방을 나오며 하기야 그가 무엇을 위해 힘든 운동을 하루에 백번씩이나 하겠는가? 이제는 운동얘기도 그만 두어야겠다. 그는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찾아올 사람도 기다릴 사람도 없는 그의 병세가 날로 악화일로에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하기야 그의 병세가 좋아진들 무얼 어쩌자는 것인가? 때마침 불어닥치는 비혼주의와 자녀 안갖기운동을 보며 앞으로 많은 김종필이 출현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나를 위해 울어 줄 사람이 내게는 있는가? 9/2/2025 박인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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