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여시(終愼如始)
지금부터 약 90여 년 전에 영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시골 소년이 런던의 어느 큰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소년은 집이 몹시 가난해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자
교회의 도서관(圖書館)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그나마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려고
무작정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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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목사가 외출하고 없자 대기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소년의 등 뒤엔 수많은 책들로 가득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는 반짝 빛이 났습니다.
흥분한 소년은 책을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
두껍게 먼지가 덮힌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볼품이 없는 그 책은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듯 했습니다.
소년은 먼지라도 닦아낼 생각으로 그 책을 꺼냈
다가 차츰 그 내용에 빨려들게 되었습니다.
그 책은 "페브리에 [동물학]" 이였습니다.
소년은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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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마지막 장을 다 읽었을 때
최종 뒷장에 이런 메모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곧 런던 법원으로 가서
1136호의 서류를 찾아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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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한 소년은 곧장 법원으로 달려가 서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서류엔 소년에게
4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소년은 눈을 비비며 다시금 꼼꼼히 서류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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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유언장(遺言狀)입니다!
당신은 나의 저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신
최초의 분입니다.
나는 평생을 바쳐 동물학을 연구하고 책을 썼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만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책은 모두 불살랐습니다.
당신이 그 교회의 내 유일한 저서를 끝까지 읽어 주셨으니
내 지식을 인정해준 대가로 내 전 재산을 당신께 드립니다."
- F.E. 페브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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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엄청난 유산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약간의 분쟁도 있었지만
최종적인 소유권은 소년에게 낙착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페브리에의 뜻을 기려
영국의 많은 곳에 도서관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좋은 책을 보급하는데 힘썼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평생을 보냈습니다.
책 한 권이 소년에게 놀라운 행운과 변화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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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작을 매우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맞는 말이겠지만,
시작보다는 끝이 더 중요합니다.
한명회가 남긴 유명한 말 중에
'시근종태(始勤終怠)는 인지상정 이지만
종신여시(終愼如始)하라' 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부지런하고,
일의 끝을 태만히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처음과 끝을 똑같이 근면하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시작을 게을리 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끝을 잘 마무리 하는 사람도 드믑니다.
"끝마무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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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2 산해
불현듯
생각나는 단어가 있어요.
시종여일 (始終如一)
시종일관(始終一貫)
수미일관(首尾一貫)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말이지요.
-해광, 20250228-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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