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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 / "It's not a sign of failure. It's a sign of success. Success in living long enough to see the disease expressed.".... S. Jay Olshansky (b.1954, American scientist) '그것은 실패의 조짐이 아니라 성공했다는 뜻이니 치매가 발병할 정도로 오래 살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치매의 발병을 높히는 위험인자는 여럿을 들 수 있다. 술이나 담배 그리고 당뇨나 혈압 등의 기저대사질환 그리고 우울증 내지는 정신적 트라우마와 지속적인 외부적뇌손상 또 운동량부족 등을 들 수 있겠으나 가장 우선하는 위험인자는 나이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의 인구는 약 7백만명인데 그중 10%에 해당하는 인구가 치매환자인 것으로 건강보험공단의 통계가 밝히고 있다. 치매연관으로 개인이 일년에 약 2천만원의 경비를 쓰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는 치매가료를 위해 약 20조원의 국가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에도 치매환자가 약 6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기능면이나 생산의 측면에서 볼 때 한 인간이 사회로부터 소멸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혼자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위해 한두명을 추가로 물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친척 중 사촌 누이가 한분 계셨는데 나보다 두어살 위인 분이었다. 한번은 미국에 학자금을 송금할 일이 있었는데 개인에게는 한도가 있었으므로 이 누이에게 5천만원의 현찰을 건네고 환전을 위해 며칠을 기다렸다. 보통 같으면 곧 연락이 오곤했으나 이번만큼은 아무 소식이 없어 5천만원이 어찌 되었는가 물었더니 무슨 5천만원인가를 되묻는 것이었다. 5천의 돈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아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가운데 재차 다그치는데도 무슨 소리인가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다행히 동거하는 가족에 의해 장롱 속의 뭉칫돈이 발견되어 곧장 달려가 회수하기는 했으나 그리고는 치매가 진행되어 몇년 후 돌아가셨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장학퀴즈 등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명석함을 자랑하곤 했으나 치매에는 약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십년의 세월을 매달 만나는 모임의 한 회원이었다. 어느 날 한 회원이 아무래도 자신은 치매초기인 듯하다며 모임에 나오기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 이래로 실제 그는 치매로 지금까지 부인과 사회안전망의 신세를 지고 있다. 실제로 상기한 친척 누이는 그전부터 머리 속이 벽에 석회를 바른 듯 자꾸만 하얘지는 것을 경험한다는 말을 곧잘 하곤 했다. 상기한 두 예를 보더라도 치매의 초기에는 자신이 치매인 것을 아는 자기인식이 있다고 하는데 당사자는 이 단계에서 제일 불행함을 겪는다고 하며 병이 진행하면 자신이 누구인 줄조차 모르므로 본인으로서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닌가 한다. 인간이 듣고 보며 배우는 것은 일단 '해마체'라는 부분에 저장되었다 그 기억을 대뇌로 보내 저장하는데 치매는 이 해마체의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새로운 것에 대한 지식이 쌓이지 않는데서 비롯한 것이 치매이며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중추신경의 일부인 뇌조직의 퇴행성 변화에서 비롯하는 질환이므로 병의 진행에 따라 과거의 기억도 사라지게 된다. 기억상실증과 치매를 동일한 질환으로 여기고들 있으나 치매는 기억상실을 가져오는 광범위한 질환 群의 하나로 뇌세포에 아밀로이드나 혹은 타우라 불리는 단백질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기억상실을 불러오는 원인은 다양한데 예를 들어 술은 그 자체가 뇌를 파괴하는 성격이 있어 기억상실을 불러오며 담배는 혈관의 수축으로 특히 산소공급에 예민한 뇌세포에 필요한 산소를 차단하여 뇌세포의 고사를 불러온다. 정신적 트라우마나 우울증 내지는 스트레스 그리고 격투기 등이나 접촉성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뇌진탕도 뇌세포를 파괴하여 수많은 격투기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은퇴 후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다. 일단 치매가 발생하면 평균여명(餘命)은 대략 5ㅡ8년으로 보고 있으나 때로는 20년까지도 생존한 보고가 있다. 암이나 차라리 팔다리가 하나 없는 것이 낫지 치매만은 안된다는 말들을 자주한다. 타인은 제쳐두고라도 자신이 누구인 줄조차 모르는 단계에 이르면 사랑하던 가족들의 발걸음도 뜸해지기 시작하는데 어차피 몰라볼 바에야 찾으면 무엇하겠는가라는 생각들을 하는 듯하다. 한때 좋았을 시절 몇을 낳아 꽉 쥐면 터질세라 떨구면 깨질세라 금지옥엽으로 온갖 눈물과 희생으로 길렀건만 그런 자식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며 많은 자식들이 울고가는 것을 자주 보는데 다 좋아도 역시 '치매만은 아니로구나' 라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된다. 며칠 전엔 어린시절부터 같이 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존심이 워낙 강해 여간해서는 자신의 약함을 노출하지 않는 친구인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에도 내게 몇차례 치매얘기를 한 일이 있었으므로 직감한 바 있는데 자신이 치매가 분명하다고 하며 최근 것들을 자꾸만 잊어버리며 길을 나서면 집을 찾기가 어려워 일체 두문불출이라고 했다. 일생을 해결되지 않는 갈등을 안고 부인과 살면서 내성적인 성격의 그가 겪은 고초가 한 원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곧 친구를 만나려 한다. 질환의 중증도도 관찰하고 혹시나 입원을 요한다면 내가 일하는 병원으로 인도하여 친구의 마지막 길을 돌봐줄까 마음 먹고 있다. 인간들의 생로병사를 보며 한 인간이 태어나 천수를 살며 부인과도 해로하고 자식들에게도 기상천외의 일이 나지 않고 풍파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세상에 그런 대박도 다시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웅호걸은 다 무엇이며 부귀공명은 또 다 무엇인가? 11/1/2024 - 박인철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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