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버릇(益熟)-익숙한 우리 버릇은 남이 고쳐 주지 못합니다. 마치 계절의 날씨만큼 개성이 강합니다. 봄은 봄, 겨울은 겨울, 낮은 낮, 밤은 밤입니다. 스스로 바뀌는 일로 이루어집니다. 밤은 밤이지만 불을 밝힌 일은 밤이 아닙니다. 불에 밤이 노여워하지 않습니다. 슬퍼하지도 않습니다. 두렵거나 피하지 않습니다. 즐기거나 꾸짖지 않습니다. 단지 묵묵히 품거나 사라지면 그뿐입니다. 시간도 공간도 인간도 밤도 낮도 4계절도 모두 자연입니다. 우리는 자연입니다.
자기가 노력하면 자기는 자기를 고칠 수 있습니다. 익숙한 버릇은 어색한 연습이 필요하고 이 어색함이 고통이 될 수도 있으나 뒤따르는 기쁨은 이 고통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내 버릇에 늘 궁금해야 합니다. 꾸짖거나 으쓱댈 필요 없이 담담히 궁금하고 조용히 관찰해야 합니다. 이를 관조라고 하는데 나, 남, 우리, 주변은 모두 자연이기에 모두를 조용히 관조하고 기다릴 때 기다리고 거리 둘 때 거리를 두면 시간과 공간을 모두 불가근 불가원할 수 있습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적절한 간격을 두고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천사도 악마도, 미인도 추잡한 사람도 모두 적절한 시간과 거리를 유지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이 된 경지입니다. 요즘 말로 낄낄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뜻인 줄 압니다. 공자 시대부터 군은 군, 신은 신, 부는 부, 자는 자, 부부는 부부로 살라는 말과 같습니다. 본분을 지키는 사람은 안중근 의사처럼 남을 죽이고 자기가 죽어도 차분하며 당당합니다.
2024. 10. 20. 일.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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