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독생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다른 모든 사람들의 출생과 구별하여'성탄'(聖誕, 거룩한 탄생)이라 부른다.
예수그리스도의 이 성탄은
공자나 석가의 탄생과 같은 단순한 성인(聖人)이나
성자(聖者)의 탄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독특하심을 바로 알기 위하여 그와 더불어
소위 세계의 삼대 성자라고 하는 공자와 석가를 비교해서,
그들의 출생(또는 출신)과 그들에게 붙여진 이름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공자는 서기 전 552년 (551년이라고 하는 이설도 있다)에
중국의 춘추시대에 노(魯)나라에서 평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구(丘)요. 자는 중니(仲尼)이며,
공자라는 이름은 '공'(孔)이란 그의 성과 ‘자’(子:선생이라는 뜻)라는 존칭을 합쳐서
'공 선생님' 이라는 일반적 호칭이다.
그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일시 관직을 가지기도 하였으나,
그의 뜻을 펴지 못하자 많은 제자들을 모아 인(仁)의 덕을 가르치는 도덕가로서
후세에 '대성지성 문선왕'(大成至성 文渲王, 지극히 거룩함을 크게 이루고,
널리 글을 편 훌륭한 분)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석가는 서기 전 563년(?)에 인도의 한 작은 나라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고타마 싯달타'(고타마는 성, 싯달타는 이름)이요.
그를 석가모니 또는 석가여래라고 할 때,석가는 그의 민족의 성이요.
모니는 성자(聖者)의 뜻,여래는 진리의 체현자라는 뜻이며,
부처라 불리는 것은 ‘깨달은 자’ 라는 뜻이다.
석가 세존이라 할 때 ‘세존'(世尊)이란 말은 단순한 존칭을 나타낸다.
예수님은 2000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목수인 아버지 요셉의 아들로 태어났다.
공자가 평민의 아들이요, 석가가 왕자인데 비하여,
예수님은 상반되는 두가지 신분을 가지셨는데,
육신적으로 말하면 공자보다도 더 천한 신분의 평민이요,
본질적으로 말하면 왕자인 석가보다도 더 귀하신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신분 가운데에서
더 근본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이 점이 바로 예수님이 공자나 석가나
세상의 그 어떤 성자나 위인과도 다른 점이다.
공자나 석가에게 주어진 이름은 예수님에게 붙여진
여러 이름과 그 성격에 있어서 다르다.
예컨대, 공자에게 주어진 '대성지성' 이라는 칭호는
그의 훌륭한 덕이 만인의 추앙을 받을 만큼
훌륭하다는 칭찬이요. '문성왕' 이라는 칭호도
그가 많은 사람에게 훌륭한 글(사상)을 편(가르친)
권위있는 스승이란 뜻으로 당나라 현종이 내린
시호(諡號, 왕이나 위인의 사후에 추증하는 칭호)이며,
'석가모니' 나 '석가여래' 라는 칭호도 석가의 인격이 특별히 훌륭함을
나타내는 칭찬에 다름없다.
그러나, 예수님께 주어진 많은 칭호는
이상의 경우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세 가지의 다른 면이 나타나 있다.
첫째, 예수님은 단지 훌륭한 인물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으로서 그에게는 신앙고백적인 여러 칭호가 있다.
'그리스도' (히브리어 메시아)는 기름부으심을 받으신 분
즉 구세주라는 신앙고백이요(마16:16등)
'하나님의 아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으신 신성을 가지신
분이라는 신앙고백이요(요3.17),
'주'(主)는 우리의 절대적인 섬김의 대상이란 신앙고백인 것이다 (요20:28)
둘째, 예수님의 칭호 가운데에는
그의 신성이나 신격에 따르는 정체성에 관한 여러 가지 진술이나
선언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임마누엘'은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다는 선언이요(마1:23, 사7:14).
'태초의 말씀(로고스-이라는 말은 예수님의 선재성(先在性)을 진술한 것이요(요1:1-3).
‘독생자'라는 말은 그의 성육신의 독특성을 선언한 칭호인 것이다(요1:14,3:16,18등).
셋째, 이상의 두 가지 경우 외에
예수님에게는 또한 독특한 자칭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인자' 라는 말이다.
인자(人子)라는 말은 구약에도 배경을 가진 여러 가지 뜻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신약에서 가장 뚜렷한 용례는 예수에서 자신을 가리켜서 쓰신 자칭호이다.
즉, 쉽게 말해서 '나' 라는 말이다.
예컨대,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요..."(막 10:45)
하신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요"란 말인 것이다.
이상의 여러 경우에 쓰인 예수님의 여러 칭호 가운데에서,
성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칭호는 우리말 번역으로 '독생자' 란 말이다.
이 말은 예수님의 성육신에 대하여
특별히 진술하고 있는 요한복음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며(1:14, 18, 3:16, 18)
그외에 요한 일서 4:8에 한번,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우로는 히11:17에,
원어상으로는 눅 7:12과 9:38 (우리 말로는 독자와 외아들)에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특별히 성탄절을 맞이하여,
예수님의 성탄에 관하여 쓰인 '독생자'란 칭호의 참뜻을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독생자'란 말의 원어는
ho monogenesehuios로서, King James Version이래
영어성경에서는 오랫동안 the only begotten Son으로 번역되었고
중국어 성경은 그것을 직역하여 '獨生子(독생자)로 번역했으며,
우리말 성경은 같은 한자어를 써서 ‘독생자' 라고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영어성경에서 270년이나 써오던 the only begotten Son이란 말이
원어에서 잘못 번역된 것이 뒤늦게야 발견되어 1882년 이후의
영어성경에서는 the only Son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의 성서학자들 간에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III p.604. 또한 필자의 책
'주기도사도신경 축도 179-190면 참조).
이 말이 영어에서 오역이 된 것은 헬라어 monogeness가
mono(only. 유일한)와 genos(kind, 종류)의 합성어인 것을
mono와 gennao(beget. 낳는다)의 합성어인 것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말에 대한 우리말의
정확한 번역도 '독생자' 가 아니며'유일한 아들' 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결코 보통사람의 경우처럼
육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한 아들이 아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독생자
(이말은 본래 우리말에 없다)나,독자나, 외아들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성탄의 참뜻은 그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이 세상의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유일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성탄은 바로 이 유일하신 분의 유일하신 탄생을 말하는 것이다.
나채운(교수/장신대 신약학)
월간「교육교회」96.12월호(장신대 기독교교육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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