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이 한 해의 참회
로마의 바티칸에 유명한
성 베드로 성당이 서 있습니다.
수 백년 전에 어떻게 이처럼
화려한 예술적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웅장한 성당입니다.
거기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로마시 외곽에
초대교회와 속사도 시대(續司徒時代)의
지하 공동묘지인 카타쿠움(catacomb)이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예배장소는 베드로 성당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초라한,
그리고처참한 순교의 핏자국이 널려있는 고난의 현장입니다.
카타쿠움을 안내하는 신부는 이런 소갯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방금 지상(地上)에서 가장
화려한 성전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을 보고 오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하(地下)의 가장 순결한 성전,
순교의 터전 위에 세워진 진정한 교회에 오셨습니다."
하나님은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순결한 교회를 바라신다는 말이겠지요.
성 베드로 성당 건축을 위한 면죄부 발행에
반대하여 출발한 프로테스탄트의 개혁신앙은
저 카타쿠움의 지하교회처럼 초라한,
그러나 지극히 순결한 순교의 핏자국 위에 세워진 신앙입니다.
그 카타쿠움 어디에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
(staind-glass)가 있고,
그 어두운 묘지 어느 곳에 대리석 강단이 있습니까?
구약 레위기에 의하면, 번제의 제물은
원칙적으로 소와 양과 비둘기이고
소제의 제물은 곡식의 고운 가루입니다(레위기 1:2,3,14, 2:1).
왜 사자나 코끼리 같이 강하고 늠름한 동물이 아니라
하필 그 순하디 순한 소와 양이겠습니까?
왜 독수리나 공작과 같은 용맹스럽고
화려한 새가 아니라 그 작은 비둘기이겠습니까?
하나님은 코끼리의 늠름한 위용도,
사자의 날쌘 용맹도 모두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오직 소처럼 묵묵한 충성과
양처럼 온유한 순종을 원하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하늘 높이 오르는
독수리의 비상이나 공작새의
화려한 자태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다만 비둘기의 순결한
헌신만을 바라신다는 뜻일 것입니다.
공격적이고 자생력(自生力)이
강한 큰 동물들이 아니라,
모두 어린 양처럼 온유와
순종과 평화의 약한 동물들입니다.
두터운 껍질을 쓴 곡식 알맹이가 아니라,
그 껍질을 벗고 자기를 갈아서
해체(解體)시킨 고운 가루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진정한 제물입니다.
우리는 혹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코끼리보다 더 당당한 자기성취(自己成就)를,
사자보다 더 강한 힘을,
돼지보다 더한 탐욕의
풍요로움을 추구하지 않았습니까?
독수리의 발톱처럼 유능하고,
공작의 날개처럼 화려하며,
꾀꼬리의 목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로
우리의 두터운 껍질을 삼지는 않았습니까?
이사야는 이스라엘의 헛된 제사에
대하여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를
이렇게 토로하고 있습니다.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헛된 제물을 다시는 가져오지 말라.
성회(聖會)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이사야 1:11-13).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
이것이 어찌 저 옛날 이스라엘만의 일이겠습니까?
옷을 찢지 않고 마음을 찢는
진정한 참회로써 금년 한 해의 헛된 제사를 회개하고,
2020 년 새 해에는 우리의 몸이 거룩한 산 제물이 되고,
우리의 전 인격과 전 존재를 순결한 어린 양의 제물로
드리기를 다짐하는 결단과 회복의 송구영신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Am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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