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다림과 참 지혜
한갓진 강가에서 기다란
낚싯대를 드리운 채
지그시 모자를 눌러쓰고
물위를 주시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만일 그 일을 낙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그를 '강태공'이라 부른다.
사실 강태공은 중국 주나라의
정치가로서 실존 인물이다.
'여상' 이라는 본명이 강태공으로
변한 데는 그만한 내력이 있다.
주나라 여(呂)지방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대에 이르러 가세가
기울어 생활이 몹시 궁핍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천하를
다스리리라는 꿈을 안고
실력을 쌓았으나
백발이 될 때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허송세월만
보내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결국 친정으로 돌아갔다.
아내마저 떠난 여상은 낚시에 전념했다.
그가 살던 동네에 있는 웨이수이 강에서
그는 미끼도 끼지 않고 곧은 낚싯대만
드리운 채 몇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귀한 인연을 만날 것을 알았지만
정확한 때를 몰라 늘 한 자리에서
낚시로 소일하고 있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여상은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군대와도 같은 힘찬 소리였다.
그러자 곧 당시 주나라 왕이던
서백의 모습이 물위에 비쳤다.
그대 그의 나이 일흔이었다.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가난으로 찌든
얼굴의 여상을 본 서백은
한눈에 그가 자신이 찾던 귀인임을 알았다.
그날 서백은 사냥을 하러
가기 전에 점괘를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선왕인 태공이
왕을 보필할 신하가
나타나리라고 예언하는 점괘가 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까지 하나하나 또렷이
그려 주었는데 그가 바로 여상이었던 것이다.
여상을 보고 놀란 서백은 몇 마디 말을
건네고 됨됨이를 파악한 뒤
여상을 즉시 최고의 자리에 임명했다.
여상은 수십 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주나라 서백을 보필하며
나라를 통치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병법과 인내 등용법,
그리고 군왕의 도리와
나라를 다스리는 일까지
그는 마치 인자한
친아버지처럼 서백 왕을 가르쳤다.
여상이 명재상이 되어
아버지와 다름없는
스승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쓴 <육도>라는 책은
인재를 판별하는 데 있어 정치가들
사이에 대표적인 지침서가 되었다.
자신의 소망을 위해 오랜 세월 인내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준비한 사람,
강여상의 성공에는 두 가지 비결이 있었다.
뜻을 세우고 기다리기로 결심한 용기와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계속
준비해 둔 지혜가 바로 그것이다.
진정한 용기는 나서는
것이 아니오 기다리는 것이고,
진정한 지혜는 똑똑하다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실력을 쌓아
자기 몫을 다하는 것임을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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