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그리스도인의 희망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8/13
한 번 걸렸다 하면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고,
치료제도 없으며, 모든 사람을 죽음에 빠트리는 병은 '절망'이다.
절망의 반대말은, 곧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희망'이다. 희망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이다.
일반인들은 희망을 말할 때 자신들의 꿈이나 소망을 염두에 두지만,
개인적인 성공이나 치유 등은 '소망'은 될 수 있을지언정 교회가 선포하는 희망은 될 수 없다.
교회가 선포하는 희망은 암흑 속에서 계속 노래함을 뜻한다.
절망 속에서도 사랑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고, 내일을 신뢰하는 것이며,
바다의 폭풍우 속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과 내일, 일 년 후와 십 년 후, 나에게 닥쳐 올
모든 것에 열려 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희망하는 것이다.
이런 게 희망이라면, 희망의 내용은 주님승천대축일이 선포하는 내용이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셨다는 것은 하늘 위 하늘 아래,
땅 위와 땅 아래 모든 곳에서 당신의 주권을 회복하셨다는 뜻이다.
예수님의 승천은 현재에서나 미래에서나, 지상에서나 천국에서나,
우리가 잘 나갈 때나 망했을 때나 성하거나 병 들거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상관없이 예수님은 우리를 돌볼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분과의 하나 됨, 이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 됨이
곧 그리스도인들이 희망하는 내용이다. 희망의 근거 또한 다르다.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노력과 세상의 흐름을 희망의 근거로 삼는다면,
교회가 선포하는 희망의 근거는 하느님의 사랑이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
희망의 내용과 근거가 다른 만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 또한 같을 수 없다.
희망을 간직한 어느 신앙인의 기도를 들어보자.
"사랑하는 하느님,
저는 수많은 소망과 열망 그리고 기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욕망이 충족되어 기쁠 때나 그렇지 못해 실망할 때에도
저는 당신 안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결코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심을,
그리고 당신의 성스러운 약속들을 채워 주심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일이 저의 바람과 다르게 되어 가는 듯 보이더라도 그것이 바로 당신의 뜻임을,
그리고 그 길이 결국엔 저를 위한 최선의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오, 주님!
저의 수많은 소망들이 채워지지 않을 때,
특히 바로 그때 저의 희망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은총을 주십시오.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심을!"(헨리 나웬, 열린 손으로, 74쪽 편집)
우리가 희망으로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겐 걱정과 두려움이 사라진다.
우리 삶을 오롯이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손에 맡기는 것이 됨으로.
우리의 잡다한 소원들을 우리의 희망과 혼돈하지 말자!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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