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6.25 전쟁 이야기(5) 김진홍의 아침묵상

6.25 전쟁 이야기(5)2019-06-29
69년 전 6.25 전쟁이 일어났던 달이니 내가 겪은 6.25를 이야기한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어느 날 인민군이 줄을 지어 마을로 들어오던 날을 기억한다. 우리 가정은 외갓집 행랑채에 살고 있었는데 외갓집이 부농이어서 집이 크고 마당이 넓었다. 그래서 마을로 들어온 인민군의 숙소가 되었다. 인민군이 들어오고 그들의 세상이 되니 지역에서 살고 있던 동조자들이 기를 펴고 다니게 되었다. 주로 머슴살이 하던 분들, 빈농인 분들, 평소에 마을에서 소외되어 있던 분들이 완장을 찬 채로 어깨에 힘을 넣고 다녔다.

어느 날 새벽녘 말소리에 잠이 깨어 들으니 외갓집에서 머슴으로 있는 분이 어머니를 포섭하려고 설득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머슴의 말인즉 이제 새 세상이 되어 없이 살던 사람들이 주인이 세상이 되는 때가 오게 되었으니 어머니도 자신들의 편이 되어 달라는 소리였다. 어머니가 낮고 침착한 소리로 답하였다.

"우리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어서 공산당은 안합니다. 공산당은 하나님을 부인하잖아요. 우리가 친정 행랑채에 얹혀 살아가는 가난한 살림이어도 공산당은 안 됩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니까 설득하러 왔던 분은 입맛을 다시면서 사라졌다. 우리 마을에서 우리 집안만 교회를 다녔기에 지방 빨치산들에게 숙청 대상이 되었다. 이틀 뒤면 인민재판을 열어 우리 가정을 재판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이다. 한밤중에 어머니께서 낮은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홍아, 홍아, 일어나 마당을 보아라."

어머니께서 속삭이듯이 말하시는 말을 듣고 넓은 마당을 보았더니 마당에 쌓아 놓은 퇴비용 풀단들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마당에 쌓아놓은 풀단들이 슬슬 움직이며 인민군들이 잠들어 있는 안채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어머니께서 숨을 죽이며 <국군이 온가 봐> 하시기에 우리 형제들은 달빛으로 마당을 살폈더니 풀단이 슬금슬금 기어 인민군 장교들이 머무는 본부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10 여분이 지난 후에 갑자기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비명 소리 고함 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참 후에 조용하여 지더니 인민군들은 죽고 도망치고 그 자리를 국군들이 차지하였다. 다음 날이 되자 마을 사람들 모두 행복하여져서 국군들에게 음식도 해다 주고 빨래도 도와주며 살갑게 지났다. 우리 집안은 그렇게 이틀 차이로 난을 면하게 되었다. 내가 겪은 6.25의 한 면이다.
20180612 밤나무가 자라는 동두천 두레마을 700.jpg동두천 두레자연마을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일본

일본에 주재원으로 23년 살다온 친구가 12월 초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해준 건데 웃기면서도 의미가 심장합니다.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두 줄 읽고 웃고, 두 줄 읽고 무릎 치고... 와, 뭔가 조금은 통달한 '꾼'이 끄적거린 거 같습니다.  사랑에 빠(溺)지는 18세  욕탕서 빠(溺)지는 81세  도로를 폭주하는 18세  도로를 역주행하는 81세  마음이 연약한 18세  온뼈가 연약한  81세  두근거림 안멈추는 18세  심장질환 안멈추는 81세  사랑에 숨막히는 18세  떡먹다 숨막히는 81세  수능점수 걱정하는 18세  '혈당/압'치 걱정의 81세 아직 아무것 모르는 18세 벌써 아무것 기억無 81세  자기를 찾겠다는 18세  모두가 자기를 찾고 있는  81세. ———-!———!—— 몸에좋고 인생에 좋은 피자 열판 보내드립니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허리피자 가슴피자 어깨피자 얼굴피자 팔다리피자 주름살피자 내형편피자 내인생피자 내팔자피자 웃음꽃피자 오늘부턴 신년까지 늘 웃음과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 고 추 장  🌶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疾風知勁草(질풍지경초)

疾風知勁草(질풍지경초)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인생은 난관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고, 인간세상은 염량세태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추사 김정희선생님의 세한도 (歲寒圖)를 보면 공자의 이런 말씀이 적혀 있다. 歲寒然後 (세한연후) 知松柏之後彫也 (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 집안이 가난할 때라야 좋은 아내가 생각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야 충신을 알아볼 수 있다. 지금 아픈 것은 아름다워지기 위함이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려면 종(鐘)이 더 아파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고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해 본다 서로에게 믿음주고 서로가 하나되는 삶을 살게 하소서! 물질적 부자가 아닌 마음의 부자로 살아가게 하시고 물질로 얻은 행복보다 사랑으로 다져진 참사랑으로 살게 하시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꽃피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