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크기는 키가 아닌 내가 보는 만큼의 크기
내게 신앙이 있는가? 우리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믿고 살아가고 있는데, 가장 단순한 나의 답변은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입니다. . . 아무도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도 우리의 운명을 지시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심오한 깨달음으로 나를 이끌어갑니다. 아마 천국이나 내세 역시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스테판 호킹 박사의 마지막 저서 커다란 질문들에 대한 간단한 답변들(Brief Answers to the Big Questions)에 실린 내용입니다. 사실 그의 견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2008년 호킹 박사는 보편적 견해에서 자기 자신을 비종교적이라고 밝힌 바 있고, 온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단연코 물리학 법칙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년 3월 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간 호킹 박사는 이 책에서 “열 가지 커다란 질문들”을 제시합니다. “하나님이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블랙홀 안에 무엇이 있는가? 우주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물론 이 밖에도 다른 질문들을 제시하며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간략하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스테판 호킹 박사를 존경하는 것은 청춘의 나이 때부터 루게릭병, 즉 근위추겅축삭경화증과 싸워가면서도 탐구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는 점입니다. 곧 주어진 신체적 어려움에 굴복하고서 생을 자포자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굴의 의지로 학문 세계 깊이로 들어감으로써 마비되어가는 육체의 도전을 뛰어넘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런 삶의 환경은 호킹 박사로 하여금 신을 포함해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 자신의 운명을 맡기려 하기보단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깊게 심어주었습니다. 그런 정신사고가 그의 저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스테판 호킹 박사는 아인슈타인과 버금갈만한 우주천제에 관련된 놀라운 가설들을 제시하거나 입증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이용하여 우주의 특이점을 증명하는가 하면, 블랙홀 열복사 방출이론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호킹 박사가 주장한 바대로 태초에 우주가 저절로 태어나 지금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태초의 특이점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그의 말대로 그것은 태초부터 그냥 존재했던 것일까요? 정말로 그것이 합리적 과학사고일까요?
페르난두 페소아의 “양떼를 지키는 사람”에 이런 시구(詩句))가 있습니다. “내 마을은 다른 어떤 땅보다 크다. 왜냐하면 나의 크기는 내 키가 아니라 내가 보는 만큼의 크기니까.” 호킹 박사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천재적 과학적 사고에 정신적이고 신앙적 사고가 더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크게 가져봅니다.
/Rev.Sang Yi
/Rev.Sang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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