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여름엔 신(神)을 잃는다던가
여름 되기도 전에 내 하나님 길 떠나시어
이름 모를 곳 깊이 드셨으니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리 ,
전날에 펴놓은 일들은
빛 바래어 시들을 것인가,
눈물에 적시는 빵만으로 힘을 내어
나날의 삶의 무게 들어 올리고
아울러 소망의 벽돌을 쌓을 수 있을는지,
바라느니 사랑하던 때 온 마음으로 껴안던
만상의 밝고 맑은 은혜로움으로 상을 차려
손발에 못 박히신 분께 봉헌하고 싶건마는
베품의 근원이신 분께 답례하고 싶건마는
엎드려 엎드려라.
통회하는 영혼의 순이 벋어 바람 부는 곳,
들풀밭 이루면 차만들 추수하러 오시리니
그 때에 나 일어서리라 .
엎디었던 자들 모두 일어서리라 .
신앙을 잃은 여름,
슬픔이 달궈진 돌 위에 눈 감았으되
이로써 전부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 한 가지 알고는 있다.
- 김남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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