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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해와 용서를 말하기 전에


[칼럼] 화해와 용서를 말하기 전에

입력 : 2017.11.27 16:50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우리는 늘 쉽게 말합니다. 화해를 하자, 용서를 하자고 말입니다. 강단에서나 남여전도회 월례회에서, 헌신예배에서, 그리고 두 사람 이상이 모이는 곳이면 늘 쉽게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화해와 용서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다툼이 있거나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당하고 심한 모욕을 당하였을 때, 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인간들에게서는 동물적인 행동이 튀오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신앙인들에게는 이러한 것이 오히려 더 큰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뒷전이 되고, 자신들이 가진 인격의 최저점을 모두 드러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게 친분 있는 사람의 편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적대 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화해와 용서를 하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내뱉습니다. 하지만 아주 습관적이고 상투적인 말일 뿐, 진심 없는 제스처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화해에는 자존심이 없습니다. 나를 내려놓는 제스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진심도 필요합니다. 거기에 하나 더, 상대방을 용서해 줄 수 있는 깊은 감동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물론 화해는 먼저 상대방의 심정을 확인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포용하며, 그것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 용서를 할 때, 화해할 수 있습니다.

나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용서와 화해는 말장난이자 빈 수레일 뿐입니다. 그러니 상처와 앙금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용서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양쪽의 의견이 동등해질 때만 가능합니다. 내 주장만 내 세워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문제에 따라 나의 잘못을 먼저 짚어보는 도량도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했을까 하고 진심어린 가슴과 머리로 다가간다면, 서로의 벌어졌던 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나였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오해나 갈등을 해소해 간다면, 저절로 용서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그 후에는 저절로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다시금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삶을 영위하게 될 것입니다. 앙숙이었던, 원수 같았던 사람들도 이제 서로 협력하는 동료로서 아름답고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주님의 아름다운 '대강절'을 기념하면서, 주님이 오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또 다시 1년을 돌아보고 주님 안에서 한해를 정리하는 묵상의 시간들을 맞이합니다.
만왕의 왕이신 그 분,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어린 양을 기다리며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이끌어 생명의 나라인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초라한 마굿간에서 우리를 향해 가장 천하고 낮은 곳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이 세상에 오신 주님의 관심은 언제나 우리의 '죄' 문제였습니다. 이것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시며, 화해와 용서를 하면서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우리가 받은 것이 도무지 갚을 길 없는 엄청난 은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주님은 오늘도 '나의 사랑하는 양 떼들아!' 하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음성이 한 점, 한 획도 어긋남 없이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면 신비스럽기만 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모든 자녀를 찾아 보살피고 흩어져 헤매는 곳에서 구해주며, 몸소 데려와 먹이고 평안히 쉬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만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처를 싸매주시고 어루만져 주길 원하시는 그 부드럽고 사랑스런 음성을 통해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진정한 용서와 화해입니다. 우리는 늘 환경과 변화에 따라 주님을 배반하지 않았습니까. 주님의 오른편에 서지 못한 채, 기껏 한다는 것이 쭉정이와 염소의 자리에 서 있는 신앙인들로서,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가득한 어설픈 교만과 알량한 자존심들을 도려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뜻을 진심으로 따르는 은혜를 갈구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말씀을 통해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 받을 정도로, 주님은 화평케 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십니다.

'그러므로 아무에게나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롬 12:17-18)'. 이처럼 신앙인들은 화목과 화평과 용서만이 세상을 이겨나갈 근본 대책이며, 천국을 아름답게 꾸며줄 주인임을 몸소 증명해야 합니다.

물론 말씀처럼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신앙인이라면 주님께서 부탁하시고 당부하신 말씀인 화목과 화평을 실천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용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인드도 함께하면서, 다가가는 행동도 필요합니다.
이런 주님의 말씀을 실천할 때, 신앙인은 세상에서 어두움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어두움 가운데 빛을 비추는 사람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사랑과 용서, 화합과 화평만을 그저 건성으로, 입모양으로 외칠 것이 아니라, 뼈를 녹일 수 있는 진정 어린 감동이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화평과 용서는 결단코 실천할 수 없습니다.
죄 없이 세상에 오신 주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을 오롯이 실천하기 위해 용서와 화목과 화평을 우리에게 나눠주시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화해와 용서를 교회 안에서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사랑하려는 얄팍한 생각을 물리칩시다. 값 없이 거저 주셨던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은퇴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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