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 들꽃이야기...해국(海菊)
들꽃이야기...해국(海菊)
말 그대로 바다에 피는 국화입니다. 모양이 국화를 닮아 국화일까요, 국화가 피는 계절에 같이 피어 국화라 이름을 붙였을까요. 어쨌든 강인함을 품고 있는 것은 일맥상통합니다. 바닷바람에 맞서기 버거워 납작 엎드려 바위를 껴안고 살아갑니다. 왜 이런 삶의 방식을 택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이 뱅뱅 돕니다. 작년과 올해, 두해 계속 추암 해변에서 만났습니다.
어머니!! 내일 아침, 저 안보인다구 찾지 마셔요. 잠시 바닷가에 다녀올께요.
작은 소리를 잘 못들으시는 어머님께 큰 소리로 말씀드리고는 어둠속을 달렸지요. 시댁에서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입니다. 꽃 핑계로 시댁을 자주 찾은 건지 시댁 간 김에 꽃을 만나러 간건지..... 구름 가득한 하늘에 섭섭함도 일었으나 이른 새벽, 가을 바다와 보랏빛 해맑은 얼굴의 해국을 독차지한 기쁨은 이루다 말 할 수 없습니다. 올해는 오후에 당도해 그늘 속 해국을 만났지요.
바위 틈, 한줌의 흙에 겨우 뿌리를 내리고 이슬과 해무에 기대어 줄기의 부피를 더해 갑니다. 바위를 녹일 듯한 한여름의 열기와 세찬 바닷바람을 견디며 누구보다 당당하게 커다란 꽃송이를 피워내지요. 더위도 추위도 잘 견디는 해국은 이르게는 7월부터 들꽃들이 할 일을 다해 스러지고 없는 11월 중순까지 꽃을 볼 수 있답니다. 해안을 따라 살고 있는 해국이 요즘은 수목원이나 개인 정원에서도 많이 심어져 있더군요.
동해의 해국은 떠오르는 태양과 이미지가 겹쳐집니다. 내년에는 갯벌과 더불어 살아가는 서해의 해국을 만나보렵니다. 바다빛도 바위색도 다르고 지는 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그곳의 해국은 조금 더 느긋하고 조금 더 붉은 빛을 머금고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해국이 탄생한 울릉도와 독도, 그 장엄한 절벽위에 매달려 있는 풍성한 해국 무리를 알현할 기회가 온다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가을이 될 것입니다.
류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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