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곁에 사람은 없고
2017-02-25 (토)
권정희 논설위원
요즘 20대 3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가끔 서운할 때가 있다. 딸/아들에게 전화를
하면 받지를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문자가 온다.“ 무슨 일 있어요?”“ 잘지내시지요?”회의 중이거나 다른 일로 바빠서 통화를
못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세대에게‘ 문자’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직장 업무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 말로통화를 하지 않는다.
전화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웍으로 온갖 이야기와 정보를 나눈다.
마주 앉아야 대화를 할 수 있던 시절에 비하면 커뮤니케이션은 훨씬 활발하다. 세상 어디에 있든,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든 대화가 가능하다.
단, 사람의 체취를 느끼며 눈길을 주고받는 대화는 아니다. 자판을 두들기며인터넷으로 나누는 대화이다.
소통의 공간적 제약이 사라진 대신공간적 이점도 사라졌다. 바로 옆집에누가 사는지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제의 무대가 소셜네트웍(기계)으로 바뀌면서 굳이 이웃(사람)과교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추세와 함께 늘어나는 것은‘나 홀로’가 편한 사람들이다. 결혼도연애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좋게 보면 ‘자족’인데, 사람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가 어떤 이유로든 희석되고있다면 이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다.
한두해 전부터 한국에서는‘ 혼’자 붙은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혼밥’‘ 혼술’… 그러더니 최근에는‘ 혼공’이다. 영화나 뮤지컬 등 공연을 혼자 가서 보는‘1인 관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밥이나술, 영화나 공연은 보통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제의 수단이다. 함께 어울리기 위해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를 보러간다. 혼자서는 처량해보여서거의 하지 않는다.
젊은 층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에 붙어있던 스티그마가 떨어져 나갔다. 누군가가 곁에 없는 결핍이 아니라그 자체로 당당한 ‘선택’이 되고 있다.
이런 선택 때문에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부모들은 속이 탄다. 30대 중반을훌쩍 넘은 아들/딸이 결혼할 생각은안하고‘ 당당하게’ 혼자 살고 있으니 부모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전문직으로잘 나가는 30대 후반의 딸을 둔 한 주부는 말한다.
“딸집에 가보면 고양이가 두 마리예요. 보통 애지중지 하는 게 아니지요.
(딸이) 자식 키울 나이에 고양이 키우고 있으니 내 속이 어떻겠어요?”소셜네트웍으로 얻을 수 없는 어떤따뜻함,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그리움은 종종 애완동물로 채워진다. 애완동물이 가족이고 친구이다. 미국에서는고양이 와인까지 나왔다.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며 혼자 사는청년이 어느 날 문득 ‘혼술’이 심심했던 모양이다. 고양이와 함께 마시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2년 전‘ 고양이 와인’을 만들었다. 알콜 성분 없는음료가 한병에 10여 달러인데, 없어서못 팔정도이다. 지난해 매출이 50만 달러이다. 고양이에게 정 붙이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나 홀로’ 족이 특히 많은 곳은 일본이다. 한창 성적욕망이 왕성해야 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결혼이나 연애는 물론 섹스에도 관심이 없다. ‘섹스 기피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인간의 2대 본능인 식욕과 성욕 중 한 파트가무너지고 있다.
일본의 국립 인구 및 사회보장 연구소가 지난 가을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18세~34세의 미혼 남성 70%와 여성60%는 사귀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이들의 40% 이상은 한번도 연애를 해본적이 없는 동정남녀이다. 비슷한 다른조사에서 16~24세 여성의 45%, 남성의25%는“ 섹스에 관심이 없거나 경멸 한다”고 답했다. 20대 여성 4명 중 한명은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40%는 출산을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는 인구 감소이다. 1억2,600만 일본 인구는 지난 10여년 계속 줄고 있다.
오는 2060년이면 지금보다 1/3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
혼자 살면 뭔가 아쉽고 불편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이다. 일본의게이트박스라는 회사는 독신남들을 위해 인공지능(AI) 파트너를 만들었다. 커피머신 만한 유리 원통에 들어있는 깜찍한 홀로그램 캐릭터가 달콤한 목소리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이면 깨워주고, 직장으로 문자 메시지도 보내주며 비서처럼 아내처럼 챙겨준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싹 가셔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애완동물도 좋고, 가상현실의 파트너도좋지만 그들이 사람을 밀어낸다면 문제이다. AI가 더 발달해 실제 사람만큼 정교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일자리에 앞서 인간의 종에 대한 위협이 될 수있다.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건강하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마주 앉아야 대화를 할 수 있던 시절에 비하면 커뮤니케이션은 훨씬 활발하다. 세상 어디에 있든,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든 대화가 가능하다.
단, 사람의 체취를 느끼며 눈길을 주고받는 대화는 아니다. 자판을 두들기며인터넷으로 나누는 대화이다.
소통의 공간적 제약이 사라진 대신공간적 이점도 사라졌다. 바로 옆집에누가 사는지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제의 무대가 소셜네트웍(기계)으로 바뀌면서 굳이 이웃(사람)과교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추세와 함께 늘어나는 것은‘나 홀로’가 편한 사람들이다. 결혼도연애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좋게 보면 ‘자족’인데, 사람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가 어떤 이유로든 희석되고있다면 이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다.
한두해 전부터 한국에서는‘ 혼’자 붙은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혼밥’‘ 혼술’… 그러더니 최근에는‘ 혼공’이다. 영화나 뮤지컬 등 공연을 혼자 가서 보는‘1인 관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밥이나술, 영화나 공연은 보통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제의 수단이다. 함께 어울리기 위해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를 보러간다. 혼자서는 처량해보여서거의 하지 않는다.
젊은 층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에 붙어있던 스티그마가 떨어져 나갔다. 누군가가 곁에 없는 결핍이 아니라그 자체로 당당한 ‘선택’이 되고 있다.
이런 선택 때문에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부모들은 속이 탄다. 30대 중반을훌쩍 넘은 아들/딸이 결혼할 생각은안하고‘ 당당하게’ 혼자 살고 있으니 부모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전문직으로잘 나가는 30대 후반의 딸을 둔 한 주부는 말한다.
“딸집에 가보면 고양이가 두 마리예요. 보통 애지중지 하는 게 아니지요.
(딸이) 자식 키울 나이에 고양이 키우고 있으니 내 속이 어떻겠어요?”소셜네트웍으로 얻을 수 없는 어떤따뜻함,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그리움은 종종 애완동물로 채워진다. 애완동물이 가족이고 친구이다. 미국에서는고양이 와인까지 나왔다.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며 혼자 사는청년이 어느 날 문득 ‘혼술’이 심심했던 모양이다. 고양이와 함께 마시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2년 전‘ 고양이 와인’을 만들었다. 알콜 성분 없는음료가 한병에 10여 달러인데, 없어서못 팔정도이다. 지난해 매출이 50만 달러이다. 고양이에게 정 붙이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나 홀로’ 족이 특히 많은 곳은 일본이다. 한창 성적욕망이 왕성해야 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결혼이나 연애는 물론 섹스에도 관심이 없다. ‘섹스 기피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인간의 2대 본능인 식욕과 성욕 중 한 파트가무너지고 있다.
일본의 국립 인구 및 사회보장 연구소가 지난 가을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18세~34세의 미혼 남성 70%와 여성60%는 사귀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이들의 40% 이상은 한번도 연애를 해본적이 없는 동정남녀이다. 비슷한 다른조사에서 16~24세 여성의 45%, 남성의25%는“ 섹스에 관심이 없거나 경멸 한다”고 답했다. 20대 여성 4명 중 한명은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40%는 출산을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는 인구 감소이다. 1억2,600만 일본 인구는 지난 10여년 계속 줄고 있다.
오는 2060년이면 지금보다 1/3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
혼자 살면 뭔가 아쉽고 불편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이다. 일본의게이트박스라는 회사는 독신남들을 위해 인공지능(AI) 파트너를 만들었다. 커피머신 만한 유리 원통에 들어있는 깜찍한 홀로그램 캐릭터가 달콤한 목소리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이면 깨워주고, 직장으로 문자 메시지도 보내주며 비서처럼 아내처럼 챙겨준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싹 가셔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애완동물도 좋고, 가상현실의 파트너도좋지만 그들이 사람을 밀어낸다면 문제이다. AI가 더 발달해 실제 사람만큼 정교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일자리에 앞서 인간의 종에 대한 위협이 될 수있다.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건강하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THE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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