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아들, 기둥이 된 엄마
어머니의 얼굴이
항상 밝지는 못합니다.
허리 병에 골다공증,
목 디스크까지...
이제는 저보다 더
보살핌이 필요한 어머니지만
이 못난 아들은 여전히
어머니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어머니도 지치실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왜 그렇게 힘든 데도
계속 사냐"라고 묻는다면
"어머니의 사랑이 날 살게 했다.“
라고 답할 것입니다.
'머리 감고 싶어요,
일으켜 주세요,
등을 긁어주세요.'
항상 바라는 것
많은 아들과 옥신각신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내 얼굴을 보듬는 어머니,
가끔은 포기하고 싶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픔에 머리끝까지 잠겨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지만,
언제나 내 손을 붙잡아준 것은
어머니, 바로 당신입니다.
뭐가 그리 좋다고
이 자신을 세상에 내놓으셨나요,
저는 사람답게 살려고
웃고 또 웃었습니다.
어머니 가슴에
미소를 띠며 떠나는 것,
그 일념으로 참았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제가 없고
이해도 못 한 눈시울만 있습니다.
- 박진식 시인의
<어머니>에서 발췌
두 발로 걷는 것,
혼자 머리를 감는 것,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것...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이
제게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저는 돌입니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딱딱한 돌처럼
굳어버린 몸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집니다.
이 끔찍한 병의 원인을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온종일 두 평 남짓한 방에
누워 지낸 지도 26년.
분노, 슬픔, 괴로움,
기대, 좌절, 소망.
고된 하루는 시가 되어
세상으로 날아갑니다.
나도 함께 날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그러나 저에게는
든든한 기둥이 있습니다.
바로 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시만큼은
돋보기를 쓰면서도
읽고 또 읽으며 기뻐하십니다.
"우리 아들이 시인이 되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는 것은 물론이죠.
그런 어머니와 함께
겪은 일상들은
또 다시 보석처럼
영롱한 시어가 되어 반짝입니다.
어머니의 얼굴도 항상
반짝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은 내게
늘 바람막이가 되고
나는 늘 당신의
모진 바람만 되는 것을
- 박진식 시인의
<사모곡>에서 발췌
온몸이 돌로 변하는
병에 걸린 마흔 아들과
아들을 돌보는 환갑 어머니가
펼치는 일상의 희로애락.
삶이 근사하지만은 않기에
슬퍼할 수만도 없는 돌시인,
매일 비가 오는 건 아니듯
언제나 슬픔이란 없고
언제나 괴로움이란 없고
언제나 힘듦이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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