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덤’의 한 장면. ⓒ영화사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을 할 때 흑인들이 불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석방됐을 때 국민들이 불렀으며, 9월 11일 뉴욕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졌을 때 미국인들이 눈물로 불렀던, 이 시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찬송가. 바로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이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찬송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의 작사가이자, 평생을 노예 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성공회 신부 ‘존 뉴턴’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프리덤>이 19일 개봉했다.
영화는 <노예 12년>에 이어 미국의 노예제도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도주를 감행한 노예 ‘사무엘’과 노예를 운반하는 배의 선장 ‘존 뉴턴’의 이야기를 100년의 시간을 교차해 보여 준다.
영화는 1856년 노예 사무엘이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탈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흑인 노예의 탈출을 돕는 비밀 조직 ‘지하철도’의 안내를 받아 캐나다로 향한다. 노예사냥꾼 플림튼의 추적 속에 자유를 향한 사무엘 가족의 숨 막히는 여정이 이어진다. 반복되는 위험 가운데 심신이 지친 사무엘은 “흑인을 위한 신은 없다”며 하나님을 원망한다. 그의 어머니는 사무엘에게 증조부에게서 이어지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얽힌 비화를 들려 준다.
1748년, 노예를 가득 실은 배의 선장 존 뉴턴. 그는 약혼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 노예선을 맡는다. 영화는 이전에 방탕한 생활로 인해 노예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가 직접 노예 장사를 하는 모습을 고발한다. 어느 날 폭풍우로 배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고, 그는 하나님께 “은총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한다. 배는 무사히 노예시장이 있는 미국 항구에 도착하고, 뉴턴은 양심의 가책을 받아 노예 장사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 그는 자신의 회심을 담은 찬양을 쓰고, 죽는 날까지 목회자로서 복음을 전한다.
노예 사무엘은 탈출하는 내내 하나님을 부인하고 의심한다. 탈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정 내내 자유를 억압하려는 쇠사슬과 죽음의 위협이 몰려오고, 노쇠한 그의 어머니는 캐나다 땅을 밟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다. 사무엘은 “결국 자유는 나의 어머니처럼 죽음 이후에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절망하고 비통해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 덕에 이들은 무사히 탈출하고, 사무엘은 결국 회심하고 하나님을 찬양한다.
사무엘 가족이 자유를 얻는 과정 가운데 나타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도 감동적이지만, 이들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도움을 베푸는 ‘지하철도’ 회원들의 희생 또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희생은 노예들을 육체적 자유는 물론, 하나님을 영접하는 ‘영혼의 자유’로까지 인도한다. 세계적 뮤지컬 배우 출신인 감독 피터 쿠센스는 영화에 아름다운 찬송 9곡을 삽입해 은혜를 더했다. 배우들은 마치 신앙고백을 하듯 열연을 펼친다.
1779년 탄생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2015년 현재까지도 애송되는 이유는, 우리에게 여전히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또한 애굽을 탈출해 가나안으로 향하는 신앙의 여정 가운데서 끊임없이 하나님을 의심하고 원망하는 모습일지 모른다. 나의 고통 가운데 마치 침묵하시는 것 같은 하나님을 향해 “나를 위한 신은 없다”고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통의 순간에 하나님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더욱 밝히, 그리고 진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고난 가운데 끝까지 인내하며, 하나님을 향해 꿇은 무릎을 거두지 않는다면, 우리도 존 뉴턴과 사무엘처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찬양하게 될 것이다. “이제껏 내가 산 것도 주님의 은혜라 또 나를 장차 본향에 인도해 주시리”
/김은애 기자 |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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