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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막과 대문 /김홍식




세포막과 대문 (김홍식 / 내과의사·수필가)




입력일자: 2015-10-31 (토)  
며칠 전 전기고장으로 차고 문이 열리지 않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쩔쩔 맸었다. 자동차에 차고 문 여는 장치가 있어 현관문 열쇠를 보통 챙기지 않으니, 차고로도 현관으로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자동문의 유래는 <아리비안 나이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라비안 나이트> 가운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에서 ‘열려라 참깨’ 하고 주문을 외우면 동굴 문이 열린다. 그런데 요즘 단추를 누르거나 카드를 자동장치에 대면 문이 열리니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그런데 갑자기 이런 자동문들이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에서도 욕심 많은 알리바바의 형은 동굴에 들어갔다가 주문을 잊어버려 문을 열지 못하고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자동문은 안 움직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열쇠로 여는 구식 수동문이 비상시에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알리바바’의 주문에 참깨가 쓰인 이유는 당시 참깨가 귀한 작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몸 세포에도 자동문들이 있다. 인간의 몸은 갓난아이는 약 20조, 성인은 60조 이상의 세포로 구성된다. 세포는 조직을 만들고, 조직은 모여 기관이 되고 각 기관들이 연결되어 완전한 개체, 즉 한 사람이 된다.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는 단순한 것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정밀하고, 효율적인 것이 세포다.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은 한 국가의 경계를 둘러 싼 최첨단 성벽이라고 보면 된다.

성벽 즉 세포막의 기본 구성은 인(phosphate)과 지방이 결합된 인지질(phospholipids)로 되어있어, 막의 바깥쪽은 물과 잘 어울리게, 안쪽은 물을 싫어하는 부분이 두 줄로 정렬되어 있다. 그리고 세포막에는 여러 가지 단백질과 당류들이 결합되어 붙어 있다. 마치 성벽에 각종 깃발이나 장식이 달려 있듯이. 붙어있는 다른 장식들이 각 세포가 다른 것임을 알려준다.

세포막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세포가 필요한 것은 보존하고 필요 없는 것은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런 물질의 출입을 위해 세포는 아주 정밀하고 특수한 문들을 가지고 있다. 예로 칼슘 혹은 칼륨 등 이온만 통과시키는 문, 당류만 통과시키는 문 혹은 지방만 통과시키는 문 등 특수하고 정밀한 각종 문들이 있다. 이 문들은 대개 어떤 신호에 따라 펌프로 특수한 성분들만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낸다. 특수한 신호가 주어지면 작동되는 자동문과 같다.

이렇게 섬세한 세포막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세포 스스로도 막을 만들지 못하며 오로지 기존에 존재하는 세포막을 확장시키고 두개로 세포분열을 할 때만 막이 생성, 확장되는 것이다. 조상 없이 생긴 세포나 세포막은 없다는 뜻이다. 정밀하고 복잡한 설계가 필요한 세포막이 우연히 생성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세포막을 지나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거기에 또 세포막과 같은 인지질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 내부의 다양한 방들 - 핵,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라이소솜- 등이 있다. 이 방들은 정보처리, 발전소, 물류센터, 쓰레기처리 그리고 방역 등의 기능들을 한다. 모든 것이 자동화 되어 있고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시스템을 움직이는 정교한 손길이 있다.

간단한 대문도 못 열어서 쩔쩔매는 것이 나의 실상인데, 수많은 자동문들이 정교하게 고장 없이 움직이는 완전한 세포가 내 몸에 60조 이상이나 있다니! 내가 한 것이 무엇인가? 세포막을 확장 분열해서 전해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고, 더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세포막을 만들어 주신 분의 은혜를 입었으니, 그저 감사할 일밖에 없다. 
/THE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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