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하루씩 씨를 뿌리며 ..<이주연>


[2015-08-31]
하루씩 씨를 뿌리며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참으로 신실한 믿음의 사람입니다.

그분은 연세가 아흔일곱이십니다.

누우면 죽는다고 매일 걸어 다니십니다.

매일 땅을 밟고 일을 하십니다.



지난해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님께서 오늘도 주셨구나 하지요!

하루 해가 질 때면 집에 돌아와 오늘도 살았구나 하고 감사합니다.

매일 이렇게 하루씩 삽니다.



한 달에 한번은 병원에 다녀옵니다.

한 때 식도암으로 위와 식도 일부 절제하고 담낭도 제거하여 없는 터라

진찰을 받으러 갑니다.



얼마 전 병원에서 갔더니 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서

석달치 약을 지어 드셔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말했습니다.

저는 하루씩 살아갑니다.

석달 후에 내가 이 땅에 있을지 하늘나라로 갔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매일 올 수는 없으니 일주일 치만 주십시오!”



다음 주일 후에도 살아 있다면 제가 그때에 또
기쁘게 와서 처방을 받아 약을 먹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소나무 잣나무 밤나무를 열심히 심었습니다.

밭에는 씨를 뿌렸습니다.



아내가 물었습니다.

여보 내일을 모른다고 약도 일주일 치밖에 안받는 사람이

무슨 나무를 심고, 씨앗을 뿌리세요



내가 떠나도 이 땅에 남은 사람들이 잘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손자 손녀들이 먹고 이웃 집 달래내도 먹어야 하지 않겠소!

이 늙은 이를 돌보아 준 의사 선생님과 약사님에게 싱싱한 야채라도 드려야겠고….

게다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이 땅에서 난 것을 얼마나 많이 먹어치웠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종이를 쓰며 난방을 하며 나무를 죽이고 또 죽였소!

그러니 이 땅에 나무를 심으며 지구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하지 않겠소!”



노인은 일주일마다 즐거운 나들이 가듯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타러 다녔습니다.

이 즐거운 나들이 시간은 7번으로 마감하고 영원한 기쁨의 나라 천국으로 옮겨 가셨습니다.



석 달 치 약을 받아두었다면 먹다 남은 약은 반이나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작은 낭비도 없이 현명하게 지내시다가
조용히 거룩하게 하나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내일의 가능성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여기에 헌신 몰두하십시오.
닫힌 내일의 문도 열립니다.
<산>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일본

일본에 주재원으로 23년 살다온 친구가 12월 초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해준 건데 웃기면서도 의미가 심장합니다.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두 줄 읽고 웃고, 두 줄 읽고 무릎 치고... 와, 뭔가 조금은 통달한 '꾼'이 끄적거린 거 같습니다. <18 81="">  사랑에 빠(溺)지는 18세  욕탕서 빠(溺)지는 81세  도로를 폭주하는 18세  도로를 역주행하는 81세  마음이 연약한 18세  온뼈가 연약한  81세  두근거림 안멈추는 18세  심장질환 안멈추는 81세  사랑에 숨막히는 18세  떡먹다 숨막히는 81세  수능점수 걱정하는 18세  '혈당/압'치 걱정의 81세 아직 아무것 모르는 18세 벌써 아무것 기억無 81세  자기를 찾겠다는 18세  모두가 자기를 찾고 있는  81세. ———-!———!—— 몸에좋고 인생에 좋은 피자 열판 보내드립니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허리피자 가슴피자 어깨피자 얼굴피자 팔다리피자 주름살피자 내형편피자 내인생피자 내팔자피자 웃음꽃피자 오늘부턴 신년까지 늘 웃음과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 고 추 장  🌶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우리 아버지 마음 (실 화 (實話))

우리 아버지 마음 (실 화 (實話)) " 헤아릴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 !"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첩첩산중에 상당히 가난한 곳이다.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 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도시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나는 대구 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정말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에서 나의 석차는 68/68, 68명 중에 꼴찌를 했다. 지독하게 부끄러운 성적표를 들고 고향으로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표를 부모님께 내밀 자신이 없었다. 무학의 한을 자식을 통해서 풀고자 했는데, 맨 꼴찌라니...! 끼니도 제대로 못 잇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부모님을 떠올리면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 지우개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 1등으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초등 학교도 못다닌 무학이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말했다. "찬석이가 공부를 잘했더나 ? 아버지가 말했다. "앞으로 두고 봐야제, 이번에는 우짜다가 1등을 했는가배...!" "아들 하나는 잘 뒀구먼, 1등을 했으면 잔치를 해야제!" 그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 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 뿐인 우리집 돼지를 잡아 동네사람들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 집 재산목록 제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아부지 ~ !"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서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쥐어 박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