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정치와 종교의 거리 /김동길




2015/05/29(금) -정치와 종교의 거리- (2585)

백성이 몽매하던 옛날에는 제사를 지내는 일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하나이었습니다. 그것을 일컬어 ‘제정일치’라고 하였습니다. 종교적 의식을 도맡은 사제들이 권력의 주변에 자리 잡고 정치에 깊숙이 간여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근세국가들이 생기면서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게 되는데, 서구사회를 보면 중세에는 로마 카톨릭 교회가 압도적이다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는 가운데 국가에 따라 종교가 달라지고 마캬벨리 같은 정치학자는 <군주론>을 저술하면서 정치는 사람을 다스리는 수단일 뿐 종교나 도덕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종교를 줄곧 이용 내지는 악용한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종교가 제구실하지 못하면 권력 담당자가 신격화되고 우상화되는데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왕들이 ‘왕권신수설’을 내세우며 “군주는 신에게 대하여만 책임이 있지 일반국민에게 대하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선언하여 프랑스 대혁명이 불가피하였습니다..

따라서 민주사회‧시민사회에서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마땅한데, 백과사전이 발간되고 과학적 사고가 존중되는 이 시대에도 독재국가는 있고 그 나라의 독재군주는 우상화가 되기도 합니다. 한반도의 38선 이북에 세워진 속칭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는 민주주의를 완전히 포기하고 ‘왕조’를 건설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우상이 되어 백성들의 예배의 대상이 된 셈입니다. 이북의 공화국은 역사에 유례가 없는 사교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카스피해와 이란에 인접한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나라의 대통령 베르디무함메도프는 아직 50대인데 그 나라 수도 한 복판에 거대한 자기 동상을 건립하고 그 동상에 순금을 씌웠다고 전해집니다. 스스로 우상이 되기를 원하고 있답니다. 전정한 종교가 없으면 권력자가 스스로 종교를 만들고 자기 자신이 예배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우리처럼, 국가가 강요하는 종교가 따로 없는 ‘다종교’의 나라에서는 종교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큰 잘못입니다. 그러지 말고 정치인은 각자의 종교를 공개하고, 다른 정치인들이 가진 종교를 존중할 줄만 알면 됩니다. 불교신자인 정치인은 절을 찾고 기독교 신자인 정치인은 교회에 가면 됩니다. 표를 얻기 위하여 절에도 가고 교회에도 가는 자는 불성실한 정치인입니다.

정치인들도 자기 종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남의 종교를 존중하는 상식 있는 예의바른 정치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일본

일본에 주재원으로 23년 살다온 친구가 12월 초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어느 선술집 벽에 있는 낙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해준 건데 웃기면서도 의미가 심장합니다.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두 줄 읽고 웃고, 두 줄 읽고 무릎 치고... 와, 뭔가 조금은 통달한 '꾼'이 끄적거린 거 같습니다.  사랑에 빠(溺)지는 18세  욕탕서 빠(溺)지는 81세  도로를 폭주하는 18세  도로를 역주행하는 81세  마음이 연약한 18세  온뼈가 연약한  81세  두근거림 안멈추는 18세  심장질환 안멈추는 81세  사랑에 숨막히는 18세  떡먹다 숨막히는 81세  수능점수 걱정하는 18세  '혈당/압'치 걱정의 81세 아직 아무것 모르는 18세 벌써 아무것 기억無 81세  자기를 찾겠다는 18세  모두가 자기를 찾고 있는  81세. ———-!———!—— 몸에좋고 인생에 좋은 피자 열판 보내드립니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허리피자 가슴피자 어깨피자 얼굴피자 팔다리피자 주름살피자 내형편피자 내인생피자 내팔자피자 웃음꽃피자 오늘부턴 신년까지 늘 웃음과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 고 추 장  🌶

🌶 고 추 장  🌶 고추장에 관해서 특별한 체험이 있다. 뜻하지 않게 갈비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의 일이다. 한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골절되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아편으로 통증을 겨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올라가 혼수지경에 이르니 보통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도 어떻해서든지 날 살려보려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왔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 또한 집사람을  혼자 살게 만들면 천벌을 받겠기에 열심히 음식을 먹으려 애를 썼지만 구역질만 더 할 뿐이었다. 여행다닐 때 고추장 단지를 꾀차고 다니며 햄버거에 발라먹던 생각이 나서 고추장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고추장을 죽에 넣어 먹으니 신통하게 잘 넘어가는데 그 맛 또한 기가막혀 부글거리는 뱃속까지 편안해졌다. 덕분에 문병오는 사람마다 고추장 단지를 가져오는 바람에  고추장 벼락을 맞을 지경이 되었다. 그 후로는 고추장 단지가 내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고추장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소태 같던 입맛이 꿀맛이요,  구역질도 잠잠해지고 느글거리던  뱃속까지 고분고분 고추장말을 잘 들으니 과연 고추장의 위력이 대단하다. 내 미국 친구들이 겨울만 되면 단골처럼 감기로 골골대고 있을 때 나는 감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들이 날보고 너는 어떻게 감기 한 번 안걸리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건강한 것은 김치 파워야.  너희들도 김치를 먹어라." 하고  자랑을 했는데 이제는 고추장의 효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기를 달랠 때 호랑이 나온다 하면 뚝 그치고, 순사 온다 하면 뚝 그치듯이 뱃속이 앙탈을 부리면 고추장 먹는다  하면 조용해 질 것 같다.  고추는 남미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란다. 고추의 매운 맛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 때문이란다. 이 캡사이신이  자극을 주어 발효작용을 해서 감기 열을 내리기도 하고 위도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

우리 아버지 마음 (실 화 (實話))

우리 아버지 마음 (실 화 (實話)) " 헤아릴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 !"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첩첩산중에 상당히 가난한 곳이다.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 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도시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나는 대구 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정말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에서 나의 석차는 68/68, 68명 중에 꼴찌를 했다. 지독하게 부끄러운 성적표를 들고 고향으로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표를 부모님께 내밀 자신이 없었다. 무학의 한을 자식을 통해서 풀고자 했는데, 맨 꼴찌라니...! 끼니도 제대로 못 잇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부모님을 떠올리면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 지우개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 1등으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초등 학교도 못다닌 무학이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말했다. "찬석이가 공부를 잘했더나 ? 아버지가 말했다. "앞으로 두고 봐야제, 이번에는 우짜다가 1등을 했는가배...!" "아들 하나는 잘 뒀구먼, 1등을 했으면 잔치를 해야제!" 그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 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 뿐인 우리집 돼지를 잡아 동네사람들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 집 재산목록 제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아부지 ~ !"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서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쥐어 박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