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 왜 이러나 |
이 철 / 고문 |
입력일자: 2015-04-29 (수) |
1992년 LA에서 4.29 폭동이 일어났을 때다. LA의 코리아타운이 세계의
뉴스 중심지로 떠올라 각국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중 일본신문 요미우리의 특파원이 한국일보를 찾아와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웃과 잘 지내는 요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인들이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 나라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더니 거침없이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미국도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일 가까운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구가
되는 비결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한 존재로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건 일본인 측에서 일방적으로 느끼는 짝사랑이지 미국인들의
일본관은 좀 다르다”고 말하면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자행한 12월7일을 ‘미국의 치욕의 날’로 명명한 것을
잊었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아베 일본 총리의 방미과정을 보면서 느닷없이 23년 전에 만난 일본 여기자의 말이 떠올랐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역시 일본이었구나. 내가 판단을 잘못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막힌 것은 에번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보좌관이 “아베 총리의 방문은 우리의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중심임을 단언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점이다. 말만 앞세운 아베환영이 아니다. 국빈만찬, 상하원 연설 등 아베에 대한 대접이 극진하다.
미일 양국은 어제 양국 간 군사협력의 수준과 범위를 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사상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구축했다. 쉽게 말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간에 무력마찰이 일어나면 미국이 일본을 돕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셈이다.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간에 충돌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이 일본 편을 들지는 않겠지만 일본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경우 수수방관할 가능성이 있다.
미일 밀월시대가 막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왜 이렇게 가까워졌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대한 재균형 전략을 강조해 왔는데 여기에 일본이 적극 호응한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대리인이 되겠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응해 미국 주도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 일본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대신 미국으로부터 센카쿠 열도 등 중국과의 마찰이 일어나면 일본과 함께 대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태평양지역 재균형 전략은 오바마 대통령의 꿈이며 재임업적 목표 중의 하나다. 일본이 오바마의 이같은 꿈을 이루어 주었으니 대우가 극진할 수밖에 없다. 일본 여기자의 말대로 서로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친구가 된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말 잘 듣는 동맹이 아니라 미국대사가 강연장에서 칼에 찔리는 등 반미무드가 형성되어 골치 아픈 우방으로 변해 버렸다.
더욱이 한국과 함께 일본을 비난하던 중국마저 며칠 전 반둥회의서 시진핑-아베 정상회담을 가진 후 일본에 호의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아베는 상하원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진주만 침공 등을 사과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한일관계를 너무 감정적으로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국익을 고려해 이원적으로 접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적으로 생각해온 쿠바와 화해하는 마당에 한국은 북한과 일본 관계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매달려 국제무대에서 고립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데 이번 아베 일본 총리의 방미과정을 보면서 느닷없이 23년 전에 만난 일본 여기자의 말이 떠올랐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역시 일본이었구나. 내가 판단을 잘못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막힌 것은 에번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보좌관이 “아베 총리의 방문은 우리의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중심임을 단언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점이다. 말만 앞세운 아베환영이 아니다. 국빈만찬, 상하원 연설 등 아베에 대한 대접이 극진하다.
미일 양국은 어제 양국 간 군사협력의 수준과 범위를 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사상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구축했다. 쉽게 말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간에 무력마찰이 일어나면 미국이 일본을 돕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셈이다.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간에 충돌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이 일본 편을 들지는 않겠지만 일본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경우 수수방관할 가능성이 있다.
미일 밀월시대가 막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왜 이렇게 가까워졌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대한 재균형 전략을 강조해 왔는데 여기에 일본이 적극 호응한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대리인이 되겠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응해 미국 주도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 일본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대신 미국으로부터 센카쿠 열도 등 중국과의 마찰이 일어나면 일본과 함께 대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태평양지역 재균형 전략은 오바마 대통령의 꿈이며 재임업적 목표 중의 하나다. 일본이 오바마의 이같은 꿈을 이루어 주었으니 대우가 극진할 수밖에 없다. 일본 여기자의 말대로 서로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친구가 된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말 잘 듣는 동맹이 아니라 미국대사가 강연장에서 칼에 찔리는 등 반미무드가 형성되어 골치 아픈 우방으로 변해 버렸다.
더욱이 한국과 함께 일본을 비난하던 중국마저 며칠 전 반둥회의서 시진핑-아베 정상회담을 가진 후 일본에 호의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아베는 상하원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진주만 침공 등을 사과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한일관계를 너무 감정적으로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국익을 고려해 이원적으로 접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적으로 생각해온 쿠바와 화해하는 마당에 한국은 북한과 일본 관계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매달려 국제무대에서 고립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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