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IS’가 되는 걸까? |
권정희 / 논설위원 |
입력일자: 2015-01-31 (토) |
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한 80년대 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었다. 멀쩡한
백인 젊은이들이 왜 ‘무니’(통일교도)가 되어서 하루 종일 길에서 꽃을 팔고 있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눈에
‘지상의 천국’이라 할 만큼 풍요로운 나라, 미국에서 자립심과 개인주의가 특징이라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한국에서도 외면당하던
통일교에 빠져드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루 16시간씩 서서 꽃을 팔고 일당 100달러를 채우지 못하면 밥을 굶어야 했다는
전 ‘무니’의 수기도 있었다.
당시 미국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는 ‘소속감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젊은이들에게 누군가가 친절하게 접근하고, 진심을 다해 따뜻하게 대해주면 이들은 마음을 열게 되고, 모임에 따라 가게 되고, 모임에서 모두가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환대해주면 그 일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다음에는 체계적인 교육, ‘세뇌’가 시작된다.
새해 들어 ‘이슬람 국가(IS)’가 국제사회의 크나큰 근심거리로 등장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세를 불리며 존재를 드러내더니 지난해부터는 이슬람 과격파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근 일본인 인질 참수를 비롯해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테러로 악명이 높은 데, 그런 세력에 굳이 가담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우후죽순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국의 김모(18)군이 IS에 가담하겠다며 최근 터키에서 종적을 감추었는가 하면, 지난 24일 콜로라도에서는 백인여성, 섀넌 모린 콘리(19)가 IS 동조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라크나 시리아와는 손톱만한 인연도 없어 보이는 그들을 보며 한때 미국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무니’들을 생각했다. 시대가 다르고 대상은 다르지만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갈증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IS에 가담한 외국인은 80여개 나라,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인근 아랍국가 출신들이지만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등도 IS 가담자들이 날로 늘어 골치를 앓고 있다. 가담자들이 이들 국가에 사는 시리아나 이라크 이민자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IS 전사로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사람은 수십명 선으로 추산된다. 지난 2년 동안 IS에 가담하려다 체포되거나 IS 일원으로 시리아에서 전사한 사람은 지난해 10월 기준 12명. 이들을 중심으로 가담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개 20대 전후의 젊은이들로 IS의 선전 동영상에 현혹돼 자진해서 온라인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반면 인종적으로는 백인, 흑인, 아시안 등 다양하고 출신지역도 캘리포니아, 뉴욕, 콜로라도, 플로리다 등 미전역에 걸쳐있다. IS가 인종이나 지역적으로 무관한 동조자들 모집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말이다.
70년대, 8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이 따뜻한 소속감에 끌려 ‘무니’가 되었다면, 디지털 시대 세계의 젊은이들은 가슴 뛰게 하는 IS 선전 비디오에 끌려 ‘지하드 전사’가 되고 있다. 삶의 의미를 못 느껴 무기력하던 젊은이들의 가슴에 IS 동영상이 불을 지피는 것이다.
극단적 종교·무장집단의 특징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칼로 자른 듯 단순명료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흑백이 분명해서 중간이 없다. 우리는 100% 옳고 상대는 100% 그르다. 그래서 우리의 일원이 되면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 대의를 위해서 모든 소유(통일교)와 목숨(이슬람 과격단체)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고도 영광스러운 의무라고 가르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비판의 여지가 많은 믿음 체계이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몰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대단한 매력을 갖는다. 모호하던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한순간에 확실하게 정리해주는 모범답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뭔가 세상을 구하는 차원 높은 일에 참여하는 것 같아 “이 한 몸 던지겠다”며 기대에 차서 젊은이들은 불나방처럼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공간이 무력한 시대이다. 물리적으로 옆방에 있는 가족보다 사이버세계에서 접하는 이역만리의 누군가와 더 가까워질 수가 있다. 콜로라도의 평범한 백인 소녀였던 섀넌도 온라인으로 IS를 접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온라인으로 만난 지하드 전사와 결혼결심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32세의 튀니지 남성이 컴퓨터 화면에서 “내가 사윗감”이라며 인사를 했을 때 그 아버지는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자녀의 마음 들여다보는 일이 이 시대에는 특히 중요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주 대화를 나누며 사고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 필요하다. 부모 노릇 점점 힘들어진다.
junghkwon@koreatimes.com
당시 미국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는 ‘소속감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젊은이들에게 누군가가 친절하게 접근하고, 진심을 다해 따뜻하게 대해주면 이들은 마음을 열게 되고, 모임에 따라 가게 되고, 모임에서 모두가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환대해주면 그 일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다음에는 체계적인 교육, ‘세뇌’가 시작된다.
새해 들어 ‘이슬람 국가(IS)’가 국제사회의 크나큰 근심거리로 등장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세를 불리며 존재를 드러내더니 지난해부터는 이슬람 과격파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근 일본인 인질 참수를 비롯해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테러로 악명이 높은 데, 그런 세력에 굳이 가담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우후죽순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국의 김모(18)군이 IS에 가담하겠다며 최근 터키에서 종적을 감추었는가 하면, 지난 24일 콜로라도에서는 백인여성, 섀넌 모린 콘리(19)가 IS 동조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라크나 시리아와는 손톱만한 인연도 없어 보이는 그들을 보며 한때 미국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무니’들을 생각했다. 시대가 다르고 대상은 다르지만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갈증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IS에 가담한 외국인은 80여개 나라,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인근 아랍국가 출신들이지만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등도 IS 가담자들이 날로 늘어 골치를 앓고 있다. 가담자들이 이들 국가에 사는 시리아나 이라크 이민자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IS 전사로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사람은 수십명 선으로 추산된다. 지난 2년 동안 IS에 가담하려다 체포되거나 IS 일원으로 시리아에서 전사한 사람은 지난해 10월 기준 12명. 이들을 중심으로 가담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개 20대 전후의 젊은이들로 IS의 선전 동영상에 현혹돼 자진해서 온라인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반면 인종적으로는 백인, 흑인, 아시안 등 다양하고 출신지역도 캘리포니아, 뉴욕, 콜로라도, 플로리다 등 미전역에 걸쳐있다. IS가 인종이나 지역적으로 무관한 동조자들 모집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말이다.
70년대, 8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이 따뜻한 소속감에 끌려 ‘무니’가 되었다면, 디지털 시대 세계의 젊은이들은 가슴 뛰게 하는 IS 선전 비디오에 끌려 ‘지하드 전사’가 되고 있다. 삶의 의미를 못 느껴 무기력하던 젊은이들의 가슴에 IS 동영상이 불을 지피는 것이다.
극단적 종교·무장집단의 특징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칼로 자른 듯 단순명료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흑백이 분명해서 중간이 없다. 우리는 100% 옳고 상대는 100% 그르다. 그래서 우리의 일원이 되면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 대의를 위해서 모든 소유(통일교)와 목숨(이슬람 과격단체)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고도 영광스러운 의무라고 가르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비판의 여지가 많은 믿음 체계이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몰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대단한 매력을 갖는다. 모호하던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한순간에 확실하게 정리해주는 모범답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뭔가 세상을 구하는 차원 높은 일에 참여하는 것 같아 “이 한 몸 던지겠다”며 기대에 차서 젊은이들은 불나방처럼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공간이 무력한 시대이다. 물리적으로 옆방에 있는 가족보다 사이버세계에서 접하는 이역만리의 누군가와 더 가까워질 수가 있다. 콜로라도의 평범한 백인 소녀였던 섀넌도 온라인으로 IS를 접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온라인으로 만난 지하드 전사와 결혼결심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32세의 튀니지 남성이 컴퓨터 화면에서 “내가 사윗감”이라며 인사를 했을 때 그 아버지는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자녀의 마음 들여다보는 일이 이 시대에는 특히 중요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주 대화를 나누며 사고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 필요하다. 부모 노릇 점점 힘들어진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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