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오늘도 우리는 길을 걷는다.
직장에 가는 출근길을 걸으며,집을 향한 퇴근길을 걷는다.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은 길로 구성돼 있다.등교길이 있고,마을에 있는 집에 이르는 골목길이 있으며,뒤돌아보면 우리가 걸어온 인생길이 있다. 우리 인생에도 많은 길들이 있었다.한 가지 목표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길도 있었고,갈 바를 알지 못해 헤맨 길도 있었으며,막다른 골목 가운데 홍해처럼 새롭게 열렸던 길도 있었다.
길에서 많은 일들이 이루어진다.길에서 사람을 만나며 헤어진다.길에서 연애도 이뤄지며 싸움도 이뤄진다.길에서 넘어지기도 하며,포기하기도 한다.우리는 길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하기도 한다.
시상은 골인지점에서 하지만 승패는 길에서 결정이 된다.이렇게 볼 때,인생 사랑은 길 사랑을 의미함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길을 거치지 않고 목적지에 이를 수는 없기에,우리는 길을 거쳐 목적지에 이른다.그 지점에 도달한 것은 그 길을 거쳤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리는 길의 중요성을 자주 지나친다.길을 떠나기 전에 목표지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다.집을 떠난 뒤에 그리운 집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그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속도의 노예가 될 때 길은 언제나 시간 단축의 경기장일 뿐이다.우리는 길을 거쳐감으로써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하며,길 위에서 변화의 고통 가운데 자라기도 한다.
오늘날은 온갖 종류의 방법과 기교가 난무하는 세상이지만,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길을 걷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목표를 이루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은 그 지점을 향한 길을 걷는 것이다.그런데 길은 유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길은 아름답기도 하다.목적지의 즐거움 이면에는 권태가 있으나 길의 기쁨 속에는 계속 펼쳐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길의 미학(美學)에 대해 말할 수 있다.특히 길 위에는 일평생 하나님께 다가가는 신앙의 아름다움이 있다.신앙에도 단숨에 목적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유혹이 있다.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길 걷기를 요구하신다.우상을 믿는 일은 단숨에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을 따르는 일은 오랜 세월과 긴 여행길이 요구된다.우리는 어느 한 순간 터져나오기 위해 평생을 두고 채워야 하며,본향에 도달하기 위해 순례의 길을 걸어야 한다.신앙은 결코 종점에 이르지 않는다.신앙은 언제나 길 위에 있다.
순례자 들에게 길은 언제나 하나님을 만나기에 좋은 자리다.하나님은 우리를 길에서 만나주신다.일평생 속고 속이며 살았던 야곱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길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야곱의 길은 일평생 피난의 길이었다.야곱은 형을 피해 길을 나섰고,삼촌을 피해 길을 나섰으며,기근을 피해 또 길을 나섰다.바로 그 피난의 길에서 하나님은 야곱을 만나주셨다.
우리의 길에는 오늘도 피곤과 권태가 깔려 있다.때로 애증(愛憎)의 갈림길에서 내 감정을 이기지도 못한다.목표지점을 바라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고,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후회뿐이다.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을 사랑할 때 하나님은 그 길에서 우리를 만나주실 것이다. 이 가을의 풍성한 열매를 위해 나무들은 오늘도 하늘로 두 팔을 향하면서 이 길을 걷고 있다.
이 겨울에 나도 하늘을 우러러보며,동시에 "내가 곧 길이요"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면서,길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내 인생의 목적은 내가 정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길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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