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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있는 지혜


돈으로 살 수 있는 지혜

나의 의견
최현술 / 임상심리학 박사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서 이민 오는 형제들, 여행 왔다가 미국에 안주하려는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찾아오는 친지들을 처음에는 환대하고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다가 그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서 원망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만난 K씨는 이민 온 큰 조카의 사업에 동참한다는 명목아래 자신의 집을 담보로 융자동의서에 사인해 주었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조카의 사업은 밑 빠진 독처럼 판매가 줄어들면서 위기상태로 몰렸다. 결국 조카는 사업을 접었고 K씨는 순식간에 빚더미 위에 앉게 되었다. 형님은 말로만 수습하겠다고 했고 조카는 콧등도 보이지 않았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부인과 다툼도 잦아지고 밤잠을 설치며 울화가 치솟던 어느 날 K씨는 집 근처 길목에서 정지된 차를 들이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형님가족에 대한 배신감이 가득했으나 차츰 병원에 누워서도 돈 잃은 것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심한 분노로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뻔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불경기 탓이지 악의가 아니었다는 생각에 도달하면서 서서히 원망하는 마음은 줄어들었다. 천만다행으로 큰 사고가 아니었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속아서 잃은 돈만큼 유리하게 사용한 돈은 없다. 그 돈으로 바로 지혜를 산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로는 손해를 보는 뼈저린 경험을 통해서만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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